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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 사랑했던 ‘나체주의’...본질 잃고 시들어가는 이유는?

독일이 사랑했던 ‘나체주의’...본질 잃고 시들어가는 이유는?

기사승인 2021. 08. 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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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체주의
독일의 나체주의는 다양한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해변이나 사우나 뿐 아니라 등산, 일반적인 운동, 일상 생활 및 문화생활까지도 나체와 접목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독일의 뿌리 깊은 ‘나체주의’ 문화가 점점 시들어 가고 있다. 독일인 3명 중 최소한 1명이 설문 조사에서 낯선 사람이 자신의 나체를 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오스트리아의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는 1968년 독일 북부 섬 실트(Sylt)를 방문했던 당시 “모든 파도에 맨 엉덩이가 걸려있다”는 말로 여행 소감을 전했다. 나체주의가 성행하던 당시 독일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독일에서 ‘나체’는 오랜 시간 하나의 문화로 굳게 자리잡아 왔다. FKK(Frei-Korper-Kultur, ‘자유로운 몸의 문화’)라는 용어로 하나의 대중 문화가 된 독일의 나체주의는 연령·성별을 떠나 남의 시선과 상관없이 자연상태 그대로의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온전한 자유를 추구한다.

독일 전역 바닷가와 해변은 물론 공원과 산지에도 몸에 어떤 것도 걸치지 않고 나체로 휴식과 레저를 즐길 수 있는 FKK구역이 있으며 거의 모든 사우나가 남녀공용으로 운영된다. 수영장 탈의실 역시 남녀구분 없이 칸막이만 설치된 상태에서 사용하고 개방된 곳에서 수영복을 갈아입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나체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나체주의 문화 옹호론자들은 오랫동안 독일 문화로 자리 잡아 왔던 FKK가 언젠가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현지 시사일간지 벨트는 오늘날 독일내 나체주의 분위기가 옅어지기 시작하면서 공용 공간에서 벗고 있는 상태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독일 통계 전문기관 슈타티스타(Statista)와 영국 언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가 공동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성인 중 28%만 FFK해변이나 수영장, 남녀공용 목욕탕 및 사우나에서 ‘편안함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은 36%에 달했다.

성별 따른 통계를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나체문화’에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여성 그룹에서는 전체 중 39%, 남성 그룹에서는 전체 중 34%가 나체를 드러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벨트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타인의 신체노출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게 된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오랫동안 FKK 호수 해변으로 유명했던 베를린의 반제(Wannsee)는 코로나19 방역 규정으로 인해 FKK 구역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대유행 이전 자유로운 나체 분위기로 사랑받던 해변은 현재 수영복 착용이 의무화된 상태다.

하이코 스토프 하노버 의과대학 의료사학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리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완벽한 신체’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고 일종의 개인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것도 나체주의 몰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하이코는 “군살 없이 탄탄하고 매끄러운 몸매와 피부는 SNS에 올려지기 전 수정되고 보완되지만 해변이나 공용장소에서는 사실적으로 드러난다”며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상에서 보여지는 ‘완벽한’ 몸매와 달리 현실적인 몸매가 타인에게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한다”고 전했다.

이상적인 몸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이 느끼는 실패와 좌절감이 독일 문화에서 오랫동안 추구해 온 나체주의의 즐거움을 빼앗고 스트레스와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한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완전한 몸을 보인다 하더라도 본인 만큼은 이상에 접근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끊임 없이 특정 모델과 비교하는 생각을 가진 젊은 세대가 늘어날수록 ‘나체주의’의 본질은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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