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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걷다보면 느껴집니다, 가을의 속삭임

[여행] 걷다보면 느껴집니다, 가을의 속삭임

기사승인 2021. 08. 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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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이색 산책코스 3곳
여행/ 문의문화재단지와 대청호
대청호와 문의문화재단지. 문의문화재단지는 대청호가 생기며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를 옮겨 놓은 곳이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 제공
걷기 좋은 계절이다. 볕이 순해지고 바람이 선선해졌다. 꽉 막힌 일상에선 잠깐만 걸어도 몸이 가벼워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눈이 호강하고 귀가 즐거운 산책코스 몇 곳 추렸다.

여행/ 청남대
청남대 메타세쿼이아 길. 대청호반의 청남대에는 다양한 형태의 산책로가 약 13km에 걸쳐 조성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 제공
◇ 대청호반 힐링 쉼터...충북 청주 청남대·문의문화재단지

가을에는 한갓진 호숫가 산책도 좋다. 대청호는 충북 청주, 옥천, 보은, 그리고 대전에 걸쳐 있다. 호수를 에두르는 도로는 풍경 좋고 볼거리가 많아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다. 걷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호수 따라 이어지는 ‘대청호 오백리길’을 걷기도 한다. 20개 이상의 구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어느 구간이든 본전은 건질 풍경과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 가운데 대청호 상류에 해당하는 청주 문의면 얘기다. 볼거리가 2개 있다. 하나는 청남대, 또 하나는 문의문화재단지다. 긴 구간 걷기가 부담스러울 때 ‘콕!’ 찍어서 들러도 좋을 곳들이다. 운치 있는 산책로가 있고 구경거리도 많다.

청남대는 ‘대통령 별장’으로 더 유명하다. ‘남쪽에 있는 청와대’라는 의미다. 1983년부터 2003년 일반인에게 개방될 때까지 약 20년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으로 사용됐다. 본관에서는 대통령 집무실, 침실, 응접실 등을 구경할 수 있다. 대통령 기념관(별관)에 전시된 정상외교 시 받았던 선물, 대통령이 사용했던 물품도 흥미롭다.

대통령이 머리를 식히던 곳인 만큼 주변 풍경이 수려하고 조경이 잘 정돈됐다. 산책에 그만이라는 얘기다. 청남대에 심어진 조경수가 100여 종 5만2000여 그루에 달하고 야생화 종류도 130종이 넘는단다. 산책로는 다 합치면 13.5km나 된다. 호수에 바짝 붙어 가는 길도 있고 울창한 숲길도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도 운치가 있다. 특히 ‘민주화의 길’ 끝에 있는 초가정은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곳이란다. 여기서 보는 대청호의 풍경이 아름답다. ‘통일의 길’을 따라가다 만나는 ‘청남대 전망대’에선 대청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맑은 날에는 대전까지 시야에 들어온단다.

여행/ 문의문화재단지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은 문의문화재단지/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 제공
문의문화재단지는 청남대에서 자동차로 약 15분 거리에 있다. 양성산 언덕에 자리 잡았는데 대청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지역의 문화재를 옮겨 놓은 곳이다. 여기도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다. 옛 문의현 관아 객사 건물인 문산관을 비롯해 민가, 옛 비석, 성문과 성곽 등의 문화재가 있다. 특히 중부지방에선 보기 드문 돌너와집도 있다. 유물전시관 앞뜰에는 고려시대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산석교가 복원돼 있다. 문산석교는 충북 진천의 농다리, 옥천 청석교, 청주 남석교와 함께 아름다운 고려시대의 돌다리로 꼽힌다.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는 문의문화재단지를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라는 의미다. 또 탁 트인 공간에서 청정한 자연을 체험하는 언택트(비대면) 여행지라고도 강조했다.

여행/ 논골담길
‘논골담길’은 언덕배기 달동네 골목길이라 좁지만 바다 전망이 좋다. 옛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벽화도 눈길을 끈다./ 김성환 기자
◇ 삶이 예술이 되다...강원 동해 ‘논골담길’

바다 전망 좋고 화사한 벽화가 예쁜 어촌마을 골목길이다. 강원도 동해 묵호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마을은 ‘논골’로 불렸다. 묵호항은 1970년대까지 잘나갔다. 인접 지역의 석탄이나 철광석 등을 수출하는 전진기지로 번성했다. 그때는 오징어와 명태도 많이 잡혔다. 산물들이 모여드니 어항으로서도 이름을 날렸다. 석탄과 오징어에 기대 삶의 반전을 이루려던 사람들이 모였다.

언덕배기에 자연스럽게 마을이 생겼다. 좁은 공간이라도 생기면 곧장 집이 들어섰다. 골목은 갈수록 좁아졌고 앞집 지붕과 뒷집 마당의 높이가 같아졌다. 바닷바람이 좋은 언덕에 오징어를 널어 말리는 덕장이 생겼다. 오징어를 수북이 담아 나르던 바지게(발채를 얹은 지게)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탓에 좁은 골목길은 항상 논골처럼 질퍽했다. 논골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여행/ 논골담길
‘논골담길’의 벽화/ 김성환 기자
1980년대 들면서 묵호항이 쇠락하며 논골마을도 활기를 잃었다. 2010년 골목 담벼락에 벽화가 그려지며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벽화마다 마을의 옛 이야기가 스며있다. 그림에선 촌부가 바지게를 지고 앉아 쉬어가고 어부가 만선의 기쁨과 고단함을 막걸리 한 잔에 풀기도 한다. 묵호항이 번성했을 때는 지나가던 개도 1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있었다는데 이 광경을 그린 그림도 있다. “신랑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이 못살고 신부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이 못산다”는 글귀도 눈에 띈다.

골목을 따라, 벽화를 따라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대 오름길이 연결한 논골담길도 조성됐다. 묵호등대가지 가서 동해를 바라보며 꽉 막힌 일상의 갑갑함을 푼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7개 지역관광공사(RTO)로 구성된 지역관광기관협의회가 ‘언택트(비대면) 관광지 100선’을 선정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지역을 뽑은 것인데 강원도에서는 논골담길이 춘천 ‘의암호 자전거길’, 삼척 ‘이사부길’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여행/ 불로동 고분군
불로동 고분군에는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고분 약 200기가 모여있다./ 김성환 기자
◇ 1000년 시간이 교차하는 풍경...대구 불로동 고분군

대구 북구의 불로동 고분군에는 210여 기의 고분이 흩어져 있다. 야트막한 구릉을 따라 고대국가의 고분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한 지역에 이렇게 많은 고분이 모여 있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자료나 기록이 없어 시대도, 주인도 알 수 없지만 발굴된 유물 등을 근거로 5~6세기 삼국시대 이 지역 토착 지배세력의 것으로 학계는 추정한다. 크기도 다양하다. 작은 무덤처럼 보이는 것도 있고 높이가 10m에 달하는 것도 있다. 신라의 고분이나 조선의 왕릉에서는 위엄이 느껴지지만 여기선 친근함과 편암함이 앞선다.

조붓한 산책로가 고분 사이를 지난다. 한두 시간이면 전체를 돌아볼 수 있다. 걷기가 편하다. 구릉을 타고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구릉까지 오를 때도 큰 힘이 안든다. 구릉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인다. 아득히 보이는 도시를 배경으로 둥글둥글한 고분이 흩어져 있다. 한 프레임 안에서 1000년의 시간이 교차한다. 해질 무렵도 예쁘다. 황혼이 구릉에 닿으면 고분의 곡선이 더욱 또렷해지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입소문 타는 풍경이다.

‘불로동’이라는 동네 이름도 재미있다. ‘늙은 사람이 없다(不老)’는 의미란다. 후삼국시대 왕건이 팔공산 일대에서 견훤과 전투를 치른다. 여기서 패한 후 이 동네를 지나게 됐는데 전쟁 때문인지 어른들은 안 보이고 아이들만 돌아다녔단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불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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