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현종 1>

임금의 마음, 詩로 읽고 寫眞으로 보다! <현종 1>

기사승인 2021. 09. 26. 01:37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현종
늦은 봄에 꽃을 피운 창경궁 회화나무.
<현종>
1.暮春 늦은 봄
遙望上林似錦茵 멀리 동산을 바라보니 비단 요를 펴 놓은 듯
可憐風景日滋新 풍경이 날로 새로워지는 것이 가련하네
烟沈綠柳鶯歌咽 안개에 잠긴 푸른 버들에서 꾀꼬리 노래하고
雨歇紅花蝶舞頻 비 갠 후 붉은 꽃에서 나비춤이 빈번하네
細草靑靑迷御路 파릇한 풀들은 어로에 어지럽게 피었고
閑庭寂寂暮三春 한가한 뜰 적막하여 삼춘이 저물어 가네
看來坐惜年華去 좋은 시절이 가는 것을 애석하게 바라보니
不覺東峯掛玉輪 어느덧 동쪽 산봉우리에 둥근 달이 걸렸구나

현종
정조와 다산 정약용의 아스라한 군신간의 의리가 스민 수원 화성.
<해설>
현종은 아버지 봉림대군(훗날 효종)이 볼모로 청나라의 심양에 잡혀있을 때 관저에서 태어났다. 1645년 4세 때 조선으로 돌아온 현종은 왕세손으로 책봉되었고, 그해 봉림대군이 효종으로 즉위하자 왕세자가 되었다.
1659년 음력 5월, 현종은 18세 나이로 왕위에 올랐고 재위 15년 3개월 동안 비교적 평화롭게 통치하였다. 다만, 남인과 서인이 효종과 효종비의 상례 시 인조의 계비인 자의대비의 복상문제로 치열한 예학논쟁이 계속되었고, 그로 인해 국력이 쇠퇴하였다.
‘모춘(暮春·늦은 봄)’이라는 제목의 이 시는 궁궐 내에 있는 동산을 바라보며 저물어 가는 봄날의 풍경과 자신의 처지를 절제된 언어와 특유의 감수성으로 쓴 작품이다. 1구, 2구에서 ‘상림上林’은 궁궐 안에 있는 작은 동산을 말하는데, 상림 주변으로 울긋불긋 꽃들이 지천으로 피고 지는 모습을 그렸다. 3구, 4구에서는 안개 낀 버드나무에서 꾀꼬리들이 노래하고, 안개비가 걷히자 나비들이 꽃을 찾아가는 봄의 싱그러움을 묘사하였다. 5구부터는 제목처럼 자연의 이치에 따라 저물어 가는 봄날의 아쉬움과 허전함을 표현하였다.
만물이 소생하고 화려한 꽃을 피우는 봄을 은유적으로 자신에 비유하였다. 18세에 왕이 되었지만, 서인과 남인들의 당쟁으로 인해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한 채 34세에 승하한 현종. 봄은 가고 나면 다시 오지만, 한 번뿐인 인생은 다시 오지 않는 법. 현종이 아름다운 봄이 가는 것을 ‘좋은 시절’이 갔다고 묘사한 것처럼 자신의 처지를 저물어 가는 봄, 즉 ‘모춘’에 감정 이입한 것이다.
글/사진 이태훈. 에디터 박성일기자 rnopark99@asiatoday.co.kr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