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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품은 스타벅스에 무슨 일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품은 스타벅스에 무슨 일이?

기사승인 2021. 10. 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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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즈로 촉발된 '트럭시위'…업무과중에 뿔난 파트너들
CJ대한통운·SPC 꼴 날라…"시위는 해도 노조는 없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제공=연합뉴스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의 업무 과중 문제가 최근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달 말 리유저블(재사용)컵 행사로부터 촉발된 과도한 굿즈 마케팅은 매장 직원들의 처우 논란으로 번지면서 초유의 ‘트럭시위’로 이어졌다. 노조가 없는 스타벅스에서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창립 22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그간 쌓였던 직원들의 불만이 한꺼번에 폭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트럭 시위 측은 민노총의 노조 결성 지원 제의에 “트럭 시위는 노조 아니다”며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굿즈로 촉발된 ‘트럭시위’…파트너들이 분노한 까닭은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을 호소하며 지난 7~8일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트럭 시위를 벌였다. 이번 시위는 이틀간 강북과 강남으로 지역을 나눠 진행됐다. 시위에 참여한 직원들은 △파트너에 대한 처우 개선 △과도한 마케팅 지양 △임금 구조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시내 스타벅스 지점과 언론사, 스타벅스 본사 앞 등 경로를 순회하는 식으로 시위를 펼쳤다.

트럭시위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리유저블컵(다회용컵) 데이’로부터 촉발됐다. 이날 행사 당시 방문객이 몰리면서 스타벅스 직원들은 업무 과중에 시달렸고, 현장 인력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행사를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를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스타벅스 직원이라고 밝힌 A씨는 “대기 음료가 100잔이 넘고 대기시간은 기본 1시간 이상이었다. 어느 매장은 대기 음료가 650잔이었다고 하더라”며 “걷잡을 수 없이 밀려드는 고객과 역대 최다 대기 음료 잔수를 보고 울며 도망치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원 B씨는 “현장 인원이 부족해도 본사 차원의 인력 지원도 없었고 포상도 없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과도한 업무량에 비해 보상이 적다는 이유에서다. 스타벅스 채용 공고 글에 따르면 바리스타의 경우 주 5일 하루 5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시간당 9200원의 시급을 받는다. 여기에 주휴수당과 식대보조가 별도로 지급된다. 심야·연장·휴일근무 수당이나 명절 상여, 성과급 등이 추가로 지급될 때도 있지만 4대 보험비를 제외하면 월평균 130만원 정도를 받는 셈이다.

여기에 회사가 정기적으로 한정판 굿즈를 선보이면서 직원들의 업무는 가중됐다. 스타벅스의 다회용컵 증정 행사 당일 스타벅스앱 사용자 수는 145만7168명으로 전날 대비 1.7배 급증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타벅스는 지난 5일 사내 전체 메일을 통해 공식 사과했다.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는 “리유저블컵 행사 중 미처 예상하지 못한 준비 과정의 소홀함으로 업무에 과중함과 큰 부담을 드렸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놓친 부분은 없는지 자성하고 파트너들의 의견을 경청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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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는 또 연례 최대 규모의 굿즈 이벤트인 겨울 e프리퀀시 행사를 연기했다. 스타벅스는 사내 공지를 통해 당초 이달 12일부터 예정됐던 이 행사를 28일로 미뤘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 5일 ‘파트너행복협의회’가 열려 최근 제기된 다양한 문제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 회의를 통해 올해 겨울 e프리퀀시 행사 연기가 결정됐고, 앞으로 행사 개선 방안 등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타벅스 e프리퀀시 행사는 일정 개수 이상의 음료를 마시면 새해 다이어리 등을 증정하는 이벤트다. 커피전문점 업계에 연말 다이어리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반향이 커 연례 최대 굿즈 행사로 손꼽힌다.

스타벅스는 “파트너(직원)의 목소리를 다양한 채널을 통해 경청하고 있다”며 “업무에 애로사항은 없는지,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계속 살펴보며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에서 일어난 굿즈 대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서울 여의도 한 매장에서 여름 한정 사은품 ‘레디백’을 구하기 위해 음료 300잔을 주문한 뒤 제공된 사은품 17개만 갖고 음료는 그대로 버리고 떠난 소동이 일어난 바 있다. 이밖에 올해 초 열린 ‘스페셜 에디션 플레이모빌 피규어’ 행사에서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다 충돌해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사태로 정용진 부회장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렸다. 최근 이마트가 스타벅스커피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신세계그룹에 편입된 직원들은 스타벅스 대주주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스타벅스 본사와 이마트가 50%씩 지분을 소유하던 형태에서 지난 7월 이마트가 스타벅스 지분 17.5%를 추가로 인수하며 독자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 등 이마트 경영진에 따라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는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의 분기 매출을 올렸다. 올해 2분기 매출은 578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9.8% 증가하면서 기존 최대 분기 매출인 올해 1분기 5227억원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2분기 영업이익은 504억원으로 18.3% 감소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5월부터 한 여름 사은행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아이스박스 등 사은품 비용이 발생해 일시적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직원들 트럭시위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 도로에 스타벅스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문구가 적힌 트럭이 정차해있다. 이번 트럭시위는 지난달 28일 실시된 스타벅스의 다회용 컵 무료 제공 이벤트가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스타벅스가 음료 주문 시 다회용 컵을 무료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이자 매장에는 고객이 몰려 북새통이 됐다./제공=연합뉴스
◇CJ대한통운·SPC 꼴 날라…“시위는 해도 노조는 없다”

트럭 시위를 진행한 스타벅스 직원들에게 민주노총이 노조 결성을 권유하며 손을 내밀었지만 스타벅스 트럭 시위 주최 측은 이를 거절했다. 스타벅스 직원들은 민노총의 개입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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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성명서 캡처./사진=민주노총 홈페이지
민노총은 지난 5일 성명서를 통해 “민주노총은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트럭 시위 예고를 환영한다”며 “트럭 시위에 이어 노동조합을 결성할 것을 권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조를 결성해야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노총은 “노동자들의 트럭 시위로는 교섭할 수 없지만 노조는 조직적으로 교섭할 수 있다”라며 “스타벅스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겠다면 언제든지 달려가 지원할 것이며, 스타벅스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열심히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트럭 시위 주최 측은 입장문을 내고 “트럭 시위는 당신들이 필요하지 않다”며 “트럭 시위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들은 “스타벅스코리아는 노조 없이도 22년간 식음료 업계를 이끌며 파트너에게 애사심과 자긍심을 심어준 기업”이라며 “트럭 시위를 당신들의 이익 추구를 위해 이용하지 말라. 변질시키지 말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2016년 이화여대 미래라이프 시위 사건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권일 사회비평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반정치주의, 순수성 강박, 위임거부의 민주주의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면서 “특히 스스로가 노동자이면서도 노조를 적대시하고 기업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발언은 매우 징후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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