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공평성 잃어가는 독일 공교육…사회계층 세습화 우려까지

공평성 잃어가는 독일 공교육…사회계층 세습화 우려까지

기사승인 2021. 11. 01. 10: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학교
독일 공교육이 ‘공평성’을 잃었다는 질타를 받고 있다. 계층간 자녀 학력격차는 더욱 커지고 디지털 미디어 교육이 뒷받침되지 못하면서 사회계층의 세습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독일 공교육이 공평성을 잃고 교육수준에 따른 사회계층의 세습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방공화국의 헌법인 독일 기본법은 모든 국민들에게 동일한 교육의 기회 보장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의 많은 교육학자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가정배경에 따른 학력 격차와 불평등한 직업 선택의 기회 부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시사매거진 포쿠스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최근 발표 자료를 인용해 일정 교육·소득 기준 이하 배경을 가진 가정의 자녀들은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사회적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인용된 평가결과 자료에 따르면 독일 중산층 가정 학생들의 학습능력은 2009년을 기준으로 크게 향상된 반면, 부모가 해외 출생자인 이주 1세대 가정의 자녀는 현저히 떨어지면서 수준 격차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읽기 능력에서 큰 수준차를 보였는데, 이주 1세대 가정 학생 중 절반 이상은 기준점 미달 수준에 머물렀다.

독일의 교육동향조사기관 IQB는 ‘학생의 사회적 출신과 능력개발 관계보고서’를 통해 2011년 이후로 학생들의 학업 수준과 사회적 계층이 실질적으로 불평등하게 ‘세습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모가 종합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경우 평균적으로 자녀의 79%가 대학에 진학하는 반면, 부모가 대학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중등교육기관인 ‘김나지움(Gymnasium)’ 졸업장 없이 직업훈련과정만 거친 가정의 경우는 자녀의 24%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교육과학연합은 현 독일 상황에서 부모의 학력이 낮은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공교육만을 통해 스스로 부모의 학력 수준 이상을 벗어나는 것이 힘들다고 평가했다. 연합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배경 때문에 평균 이상의 사회·경제적 계층을 차지할 직업선택의 기회가 거의 없는 어린이들이 언젠가는 같은 문제로 싸워야 하는 다음 세대의 자녀를 갖게 될 확률이 높다.

지역별로 크게 벌어진 수업진도 및 수준격차도 공교육 불평등을 가속시키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급격하게 오른 독일 부동산 시장은 저소득·저학력 가정의 거주지와 중산층 이상의 가정이 모여사는 거주지를 더 뚜렷하게 분리시켰다.

포쿠스는 “사회적·경제적 기준으로 나눠지는 거주지에서부터 이미 사회적 분리는 시작된다”며 “이는 곧 불평등한 사회가 다음 세대로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디지털 교육체계의 부재 역시 공교육 불평등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8학년 학생 기준으로 진행한 국제 정보통신기술연구(ICILS) 결과에 따르면 독일의 디지털 교육시스템은 2013년부터 전혀 발전이 없는 상태다. 디지털 미디어가 수업중에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덴마크 학생 중 91%가 잘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독일 학생들은 단 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사회·경제적 중산층 이상 가정의 자녀들은 디지털 미디어 경험과 지식을 가정에서 별도로 교육받으며 더 빠른 시기에 습득하게 된다. 취업시장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는 미디어 기술에 대한 교육이 부재한 공교육의 현실상, 사회·경제적으로 약한 가정배경의 학생들은 미디털 미디어와 관련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취업경쟁에서도 밀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ICILS는 공교육의 디지털 미디어 교육 및 컨텐츠 부족은 이런 초기 차이를 보상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격차만 벌리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