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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국경에 중동 이주민 대규모 집결…벨라루스의 큰 그림?

폴란드 국경에 중동 이주민 대규모 집결…벨라루스의 큰 그림?

기사승인 2021. 11. 0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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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onid Shcheglov/BelTA/TASS)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와 폴란드의 접경지역에 폴란드로 넘어가려는 중동 이주민 100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사진=타스 통신
벨라루스 국경을 통해 폴란드로 진입하려는 중동 이주민들이 대거 몰리면서 양국 국경에 긴장 수위가 고조되고 있다. 폴란드를 비롯한 서방국은 벨라루스가 유럽연합(EU)의 벨라루스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난민들의 유럽행을 기획했다며 이를 ‘하이브리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폴란드 정부는 벨라루스에서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들어오려는 이주민 수백 명을 내쫓았다. 폴란드 국방부는 경찰과 군인을 동원해 이주민들의 초기 진입 시도를 일단 차단하긴 했지만 철조망을 끊고 국경을 넘으려는 이주민과 폴란드 병력의 대치는 이어지고 있다.

폴란드 정부에 따르면 벨라루스 접경인 쿠즈니차 지역에 이주민 수천 명이 유럽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난민을 포함한 이주민 대다수는 전쟁과 빈곤을 피해 중동에서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로 건너왔다. 이들은 EU 회원국인 폴란드를 거쳐 EU로 들어온 뒤 선진국인 유럽 국가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자 한다.

폴란드를 비롯한 EU 회원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이번 사태가 벨라루스의 ‘하이브리드 위협’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하이브리드 위협은 군사력 사용을 자제하고 공격주체 노출을 최소화해 공격 의도를 숨기면서 타격을 가하는 무정형 전략이다.

EU는 벨라루스가 자국을 겨냥한 EU의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대규모 이주민의 유럽행을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반체제인사 체포를 위해 자국 영공을 지나던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켰다가 EU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았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주민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벨라루스에 이주민을 실어 나르는 제3국 항공사를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벨라루스는 중동국가에서 이주민들을 데려오려고 특별 비자를 발급해왔다.

미국도 벨라루스가 의도적으로 이주민 유입을 기획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취약한 이들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이주민들이 국경을 넘도록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도운 루카셴코 체제의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벨라루스는 국제사회가 난민 문제에 앞장서야 한다며 서방국가들의 비난을 일축했다. 안톤 비치고프스키 벨라루스 국경관리 당국자는 “여성, 어린이를 포함해 이들 누구도 안보 위협이 아니고 공격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은 EU에 난민지위를 신청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벨라루스의 이주민 사태 대응을 옹호하며 “벨라루스는 합법적으로 행동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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