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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삼성전자 新인사제도에 담긴 공정의 칼날

[취재후일담] 삼성전자 新인사제도에 담긴 공정의 칼날

기사승인 2021. 11. 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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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의 가치 담긴 '미래지향 인사제도' 발표
ㅇㅇ
사진=연합
# 월요일에 김 사원이 올린 장표를 박 대리가 광속으로 이 과장에게 토스하고, 이 과장은 3일간 잊고 있다가 김 부장에게 넘깁니다. 김 부장은 그걸 곧장 상무에게 올립니다. 상무님은 “역시 3팀이 최고!”라고 칭찬했는데, 실상은 3팀이 아니라 김 사원이 만든 것입니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쓴 책 ‘그냥 하지 말라(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에 나오는 최근 회사에서 벌어지는 일의 한 장면입니다. 송 부사장은 한 회사 관계자를 통해 이 이야기를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회사 관계자는 인트라넷이 모든 과정이 남아있기에 알게 된 것이고요. 업무 단계별로 증거가 남기 시작하니 과정의 충실함을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처음 기안한 김 사원에 대한 보상체계는 어떻게 조정돼야 할까요? 사실상 기안을 장표를 작성한 김 사원이 가장 적은 급여를 받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요?

29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미래지향 인사제도’를 보면 공정의 가치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이 엿보입니다.

일단 삼성전자의 미래지향 인사제도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을 추구합니다. 직급별 ‘표준체류기간’과 승격포인트를 폐지해 과감한 발탁 승진이 가능해졌다는 점, 사내 인트라넷에 직급·사번 표기를 없앤 점 등이 대표적인 변화죠. 임원 직급은 부사장·전무를 통합해 단계를 축소했습니다.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녔느냐가 아니라 능력·전문성이 더욱 중요해졌죠.

삼성전자는 왜 이 시점에 인사제도를 개편했을까요? 일단 2016년 인사제도 개편 이후 큰 변화는 공정의 가치 급부상입니다. 공정에 가장 민감한 이들은 MZ세대(1980~1990년대 중반 출생자)죠. 과정이 공정했는지, 실력있는 이가 손해본 것은 아닌지에 뜨거운 관심이 쏠립니다.

젊은 직원들은 ‘(자기가 보기에) 별로 일 하지 않는 나이 많은 상사’의 존재를 매우 불편하게 여깁니다. 특히 그가 나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데 분노합니다. 올해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삼성전자·LG전자로 번진 임금인상 역시 MZ세대 직원들의 문제제기로 시작됐습니다. 앞으로는 능력 있는 젊은 직원들의 발탁 승진은 물론 보상이 가능해지니 ‘과정의 공정성’을 이룬 셈입니다.

반대로 이제 실력있는 사람은 높은 보상을 받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도태될 겁니다. 공정에 바탕을 둔 제도를 운영하니 보상에 대한 반박도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어영부영 조직에 묻어가던 이들은 ‘각성’하든 회사를 떠나겠죠. 벌써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적당히 편하게 회사를 다니긴 힘들어졌다’ 혹은 ‘모두 힘들어지는 길로 간다’는 푸념도 나옵니다. 실력 있는 직원들은 내심 이번 변화를 반길지도 모르지만요.

삼성의 공정 가치를 반영한 인사제도의 성공 여부에 주요 기업 인사팀들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삼성이 시작하면 주요 기업들이 벤치마킹 하기 때문이죠. 삼성이 새로운 조직문화를 안착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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