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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는가

[칼럼]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는가

기사승인 2022. 01. 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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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희 글로벌국방연구포럼 부회장·전 국군지휘통신사령관
조인희 장군
조인희 글로벌국방연구포럼 부회장·전 국군지휘통신사령관
전방 사단에서 월북자가 발생하는 일이 반복된다. 언론은 연일 군의 기강해이를 지적한다. 경계 태세에 대한 비난이 들끓는다.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가운데 군은 현장을 조사한다. 그렇게 하면 누군가의 잘못은 반드시 나오게 돼있다. 결론은 ‘인재(人災)’이고, 대상자는 처벌된다. 그리고는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지. 그런데 이런 사건은 잊을 만하면 여지없이 또 반복된다. 2012년, 2020년, 2021년 그리고 며칠 전까지 모두 같은 사단에서 발생한 일들이다. 다시 똑같은 비난과 조치를 반복하게 된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정말 155마일 전선에 쥐새끼 한 마리도 통과시키지 않을 경계가 가능한가?

◇군사작전의 본질, ‘불확실성 관리’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의 불확실성을 언급하면서 전장은 ‘불확실의 안개’ 속에 있다고 했다. 전장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결심을 하는 것은 안개 속에서 길을 찾는 것과 같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다. 유독 우리 군에서는 완벽 경계, 완벽 작전처럼 ‘완벽’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이는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표현이다. 문제는 이런 표현들이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데 있다. 과거에는 군사적 행위를 외부 잣대로 문제 삼는 일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군 내부에서 조치하면 그뿐이었다. 때문에 표현에 합당한 실체 구현에는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덕분에 이제는 ‘완벽’이라는 표현을 거둬들일 수 없게 되었다. 커맨드 인 워(Command in War)의 저자 마르틴 반 크레펠트(Martin van Creveld)는 자신의 책에서 지휘의 본질은 곧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 보고, 판단 세 가지는 작전술 차원에서 작용하는 변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따라서 군인의 판단과 보고 행위를 결과론적 잣대로 정죄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는 국가지성 차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 보고와 판단이 잘못되고 완벽함이 붕괴하는 상황을 포함한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것’이 군사작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군은 작전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정책적 입장 정립이 요구된다. 이것이 정책의 ‘정직함’이다. 국가 조직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구성원들에게 부담시키면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위기에서 국가를 구하는 영웅의 등장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작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없다.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말이다. 맥아더 장군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근거는 없다. 맥아더 장군은 이런 말을 할 처지도 못 된다. 2차 대전 당시 필리핀에서 경계작전 실패, 6·25 때도 판단 착오로 1개 대대가 전멸하는 치욕을 경험한 그였다. 하지만 맥아더 장군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느 예비역 작전전문가는 GOP과학화경계체계 운용경험을 통해 감시병의 역할 한계를 지적하면서, 사단장 임기를 마치는 순간까지 경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정말 용서받을 수 없는가?

◇실패에 대한 처벌 보다 실패를 통한 교훈 얻기

연초 월북 사건시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한 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황인식을 보다 근본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AI시스템을 포함한 어떤 체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완벽’을 구현하기는 어렵다. 안타깝지만 이런 불확실성을 관리하고 감수하는 것이 군사작전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군은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 선택적 집중을 해야 한다. 여기에는 군사 전문가들의 집단지성도 요구된다. 부디 이번 경험을 통해 훗날 나라를 구하는 ‘대한민국의 젊은 맥아더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군은 국가 생존을 위한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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