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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폭력 피해 폭로했다 ‘명예훼손’…대법서 무죄

직장 내 성폭력 피해 폭로했다 ‘명예훼손’…대법서 무죄

기사승인 2022. 01. 2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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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1년 뒤 퇴사 하며 '피해 사실' 회사메일로 공유…1·2심 "비방 목적"
대법 "우리 사회 가해자 중심적 문화 등에 비춰 '2차 피해' 불안감 가질 수 있어"
대법원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가 이메일로 피해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려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하급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판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를 받은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벌금 30만원 선고를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 A씨는 2014년 10월께 회식자리에서 유부남인 팀장 B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 B씨는 술자리 테이블 아래로 A씨의 손을 잡는 등 신체적인 접촉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B씨는 회식 당일 늦은 밤 3시간에 걸쳐 A씨에게 ‘맥줏집 가면 옆에 앉아요. 싫음 반대편’, ‘왜 전화 안 하니’, ‘남친이랑 있어. 답 못 넣은거니’ 등 12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A씨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A씨는 사건 발생 1년 뒤, 회사를 사표를 내고, 전국 200여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명에게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A씨는 이메일에 “B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현재 절차상 성희롱 고충 상담 및 처리 담당자가 성희롱했던 팀장이므로 불이익이 갈까 싶어 말하지 못했다”며 “회사를 떠나게 됐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메일을 보낸다”고 적었다. 피해 사실과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도 이메일에 첨부했다.

A씨는 노동청에 대표이사를 상대로 진정도 제기했으나 사건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행정종결 처리됐고, 이후 수사기관은 A씨가 사실을 적시해 B씨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급심은 A씨가 비방을 목적으로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봤다. A씨가 본사에서 일하다가 지역 매장으로 인사 발령을 받게 되자, B씨의 1년여 전 행동을 폭로했다고 본 것이다.

1심은 “(B씨의 행위가) 성추행,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해도 A씨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는데도 메일을 보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A씨의 행동은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고, 1심 판단을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범죄의 증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구조 등에 비춰볼 때 A씨로서는 ‘2차 피해’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며 “신고하지 않다가 퇴사를 계기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으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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