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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수 분열로 패배한 경기도지사 선거

[칼럼] 보수 분열로 패배한 경기도지사 선거

기사승인 2022. 06. 0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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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욱 대기자
일에는 결과가 중요하다. 때론 결과 못지않게 과정도 중요하다.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왜곡되면 원하던 결과가 나와도 비판을 받는다. 그러나 여전히 결과가 매우 중요할 때가 많다. 아무리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들 결과가 시원치 않으면 허망하기 짝이 없다. 세상살이가 이럴진대 과정과 결과를 모두 충족시키면서 매사를 도모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과정과 결과 모두 아쉬운 사례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지난 1일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와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격전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이튿날 아침이 밝아서야 당선인이 확정될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었는데 ‘박빙(薄氷)’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였다. 김동연 후보는 49.06%를 득표해 승리했다. 김은혜 후보와의 득표율은 겨우 0.15%포인트, 득표수로는 8913표 차이에 불과했다. 이는 광역단체장 득표율 차이 기준으로 역대 최소격차라고 한다.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당선인에게 석패한 것을 둘러싸고 보수진영에서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5만여 표를 얻은 강용석 무소속 후보와 김 후보가 단일화에 실패해서 표가 분산되면서 김 후보가 낙선했다는 것이다. 보수진영에 속한 두 후보가 단일화해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섰더라면 경기지사도 국민의힘 차지였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선거 후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이었음에도 경기도지사를 놓쳤기에 이긴 것 같지 않다는 하소연이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책임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선거는 ‘전부 아니면 전무’인 잔인한 게임이다. 아무리 표 차가 적어도 1등외에는 의미가 없다. 두 후보가 보수 진영의 인물이고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단일화 필요 주장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단일화는 이뤄지지 않았고, 결과는 패배였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불편한 심기는 과정 못지않게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리라.

두 후보 진영 사이에서 ‘보수의 승리’를 도출해 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놓고 얼마나 고민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들리지 않는 것을 봐서는 보수진영이 과정과 결과에서 모두 실패했다고 봐야 마땅하다.

강 후보가 몸담고 있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구독자 수가 감소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후원금을 되돌려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만일 두 후보가 지방선거에 대비해 보수의 힘을 집결하는 데 협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고, 이는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았던 사례로 정치사에 길이 남았을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단일화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단일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은 강 후보의 사퇴였겠지만,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표 감소 등의 역효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우려다.

이제 선거는 끝났고 지사를 꿈꾸던 김 후보는 또 다른 정치적 여정을 걸어가야 할 상황이 됐다. 강 후보 역시 단일화 불발에 대한 논란을 떨치고 새로운 정치적 영역으로 진입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진영의 선거 승리라는 공의(公義)를 위해 개인의 사심(私心)을 내던지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나타난 보수진영의 불협화음은 너무나 아쉽다. 국민의힘은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흡족할 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경기도지사를 놓친 것은 보수진영에 너무나 뼈아픈 결과다. 평소 보수를 자처했지만 ‘보수’의 승리보다는 ‘개인 자신’의 사심에 충실했다면 그런 선택에 대한 비판도 본인이 감내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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