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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처벌에서 예방 중심으로 안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칼럼]처벌에서 예방 중심으로 안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22. 10. 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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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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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보원 중기중앙회 부회장./제공=중기중앙회
많은 기업인이 우려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200일 지났다. 고용노동부 상반기 산업안전보건 감독 결과 발표에 따르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수가 122명에서 12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이는 이유다.

민주노총 등 일각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원인으로 짚은 산재사고 처벌은 우리나라가 영국 등 주요국 수준을 훨씬 상회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기준으로 사망사고의 경우 영국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상한 없는 벌금, 독일은 1년 이하 자유형 또는 벌금에 그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중대재해처벌법과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영업정지 명령, 전면 작업중지명령 등 행정제재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처벌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처벌 만능주의에서 원인을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과거 영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지시·명령 방식으로 사업장을 규제했지만, 1974년 산업안전보건법을 제정하면서 자율적인 목표 설정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고, 이후 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여전히 지시·명령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필히 참고할 만한 선례이다.

필자는 3가지 대책 마련을 제시한다. 첫째 과도한 사업주 처벌을 완화와 예방 행정지도 강화다. 사고 원인에 따라 사업주에게 일정 부분 책임을 묻는 것도 필요하겠으나, 현재는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이 사업주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만약 사업주만 강력하게 처벌해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면 왜 모든 나라가 그렇게 하지 않았겠는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산업재해와 관련해 하한형을 적용한 중대재해처벌법을 징역 상한으로 개정해야 한다. 기업이 비용절감을 위해 안전을 포기하는 것을 방지한다는 입법취지를 고려했을 때 장기적으로는 법인 벌금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시 시정기회 없이 바로 과태료를 부과토록 하고 있으나, 독일 등 선진국은 반드시 행정지도를 먼저하고 이후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과태료 부과 이전에 시정지시를 선행하도록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둘째 근로자 책임 확대다. 유명무실한 근로자 책임으로 현장에 가보면 안전 장비를 지급해도 착용하지 않거나 번거롭다는 이유로 안전장치마저 꺼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를 안전관리자가 늘 따라다니며 지도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재 5~15만원에 불과한 근로자 과태료 수준을 높이고, 실질적으로 부과하여 근로자들이 스스로 안전조치 의무를 준수하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셋째 영세 중소기업 대상 안전보건 전문인력 지원 확대다. 대부분 중소기업들이 안전 업무를 외부에 위탁하고 있어 현장을 지속 개선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전문인력을 직접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인건비를 일부 보조하고, 그럴 여건이 되지 않는 업체들은 지역·업종별로 묶어서 전문인력이 지속 방문·점검하며 체질을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산재사고를 줄이고자 하는 마음은 중소기업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단순히 사업주의 의지 부족이라고만 단정 짓고, 처벌만 강화하는 것으로는 사고 발생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지도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변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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