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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국민들이 자부하는 ‘K-철도’로 거듭나려면

[칼럼] 국민들이 자부하는 ‘K-철도’로 거듭나려면

기사승인 2023. 01. 3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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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한국철도학회장)
최진석 연구위원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전 한국철도학회장)
정부는 지난 17일 '철도 안전 강화대책' 2023년 버전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기본을 세우고 인력 관리를 강화하고 장비 중심으로 업무가 수행되도록 하며 국가의 철도 안전 기능을 정상화하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대한민국 철도는 안전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인력 관리가 미흡하며, 사람 중심으로 업무가 이뤄지고 있으며, 국가의 철도 안전 기능이 비정상이었다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이다.

안전문제에 있어 '기본'이란 '징후 또는 이상 상황이 있으면 대응 또는 사전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간단한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은 관행적인 업무 태도로 보인다. 기관사 또는 시설 점검에 의해 발견된 이상 징후가 보고됐다고 해도 해당 시설의 유지 보수 담당자는 즉각 대응보다 윗선에 보고해 열차운행 중단에 따른 지연, 에에 따른 보상, 소요 경비에 대한 결재 등을 이유로 대응을 지연하거나 보고조차 누락했을 것이다. 소위 안전에서 기본이라고 하는 '선조치 후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2004년 우리나라의 철도(구 철도청)가 열차 운영(한국철도공사·코레일)과 시설관리(국가철도공단)로 구조적 개혁이 단행되던 시기 코레일은 열차 운영을 하면서 발견되는 징후를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시설 관리의 일부분인 시설 유지 보수를 제도적으로 위탁해줄 것을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킨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논리와는 달리 징후를 발견했음에도 수익성(또는 배상위험성)에 굴복하는 현실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철도 업무에 있어 경험은 업무수행 효율성은 물론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간선열차(KTX+SRT, 새마을, 무궁화) 이용자 1일 40만 명 이상이고 도시철도까지 합치면 1일 약 1500만 탑승이 이뤄지고 있는 우리나라에 철도 분야의 실제 연습(경험)할 수 있는 실습장이 없는 현실은 오래 전부터 지적되곤 했다. 철도 선진국인 독일에는 도이치반이 직접 운영하는 실습장이 전국적으로 20개가 넘는다. 프랑스는 철도업무 자격증과 연계된 철도캠퍼스를 설치해 철도의 다양한 분야에서 현장성 넘치는 실습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실습기관이 없다 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한 직원에게 업무를 맡겼다는 것 역시 비용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 차원의 실습 인프라 구축과 함께 충분한 현장에서의 경험을 축적할 수 있도록 하는 철도회사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달 궤도에 위성을 보내는 기술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유독 철도부문의 첨단기술의 활용은 왜 미루어지고만 있을까. 더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2023년 전국 약 5000㎞의 선로에서 도보 점검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어 정말 놀라울 뿐이다. 우리나라 철도투자는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기계화, 자동화가 빠르게 이뤄져도 경험을 갖춘 직원은 새로운 시설 관리나 운영에서 필요하기 때문에 해고 등으로 인한 총 일자리의 순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철도 업무에서 첨단기술 활용을 꺼리는 것은 철도의 발전을 막는 어리석은 짓이다. 고속열차 제작 기술은 물론 건설·운영기술도 보유하고 있지만 안전성과 수익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세계 철도시장 진출이라는 철도인을 포함한 우리 국민의 염원은 이뤄지기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대책 중 하나로 언급한 자동화, 스마트 시스템 도입 등은 정부의 계획보다 더 빨리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국가의 철도안전 기능도 급격히 높여야 할 시기이다. 2004년 철도 구조개혁 당시만 해도 열차 운영은 코레일이 유일했다. 하지만 국민의 철도 이용 수요와 함께 증가한 많은 신규 투자로 인해 열차 운영은 다양화되고 이런 경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SR이 코레일과 선로를 공유하고 있으며 내년 운행을 시작하게 될 GTX-A 역시 선로를 공유할 예정이다. 몇 년 뒤에는 다른 GTX 역시 국가철도망을 공유하게 된다. 철도망의 공유가 일반화되면 항공교통의 공역(空域)과 같이 선로 역시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모두의 안전을 확보하고 공익을 최우선 목표로 운영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특별한 안전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미래 철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관제기능을 주관해야 한다.

혹자는 이번 '철도 안전 강화대책'이 기존의 대책을 재탕, 즉 새로울 것이 없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존 정책이 감시·감독 강화와 처벌만을 강조한 반면 이번 대책은 철도 안전의 근본적 문제, 즉 철도 안전 업무의 작동구조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 수익성 또는 비용보다 안전을 강조하며 신기술과 자동화를 과감히 수용하고, 국가의 안전 기능을 정상화하는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스스로 또는 '자기주도'로 안전문화를 만들라고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나 매년 철도기관 모두가 철도 안전보고서를 작성해 지난해의 철도 안전 현황·성과를 일기의 형태로 작성한다면 '자기주도 안전문화'는 더욱 빠르게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철도 안전을 위해서 더 이상의 금기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안전 위에 바로 서는 철도를 만들어 우리 국민 모두가 자부하는 K-철도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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