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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독점 플랫폼 조성 여론, ‘자유민주주의 꽃’ 선거까지 지배

[기고] 독점 플랫폼 조성 여론, ‘자유민주주의 꽃’ 선거까지 지배

기사승인 2023. 02. 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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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재미 정치학박사·'AI는 중립적인가?' 저자
개인정보 독점 플랫폼 일방적 정보 전달, 민주주의에 부적합
플랫폼, 이용자 지식·생각 접근, 선택의 자유 제한
박재형
박재형 재미 정치학 박사
정치적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플랫폼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 독점적으로 운영한다. 이러한 플랫폼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사회 복지의 향상이나 광범위한 시민 참여의 촉진을 위해 운영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플랫폼을 독점한 기업들의 이윤 추구 동기·사업 모델·데이터 수집 방식·사업 과정 등은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플랫폼들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 방식은 민주주의 제도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플랫폼들의 소유자와 기업, 정부와 정치권 등은 디지털 데이터의 수집뿐만 아니라 거래까지 하고 있다. 또한 대중의 감시를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핵심 기술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머신러닝 기반 감시 기술의 강화는 시민사회의 토론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대중이 정치과정에 안전하고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위협하게 된다.

플랫폼을 무료로 이용하는 대신 서비스 제공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이용하도록 하는 일종의 거래는 이용자가 그 의미와 조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과연 그 거래가 이용자의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 플랫폼이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와 도구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통제하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강하게 제한한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고지사항과 이용약관은 대부분 의도적으로 모호하고 광범위하며 장황하게 만들어진다. 이러한 고지사항이나 이용약관을 꼼꼼히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용자 개인정보가 소수의 대기업 손에 집중되면서 기업은 이용자의 지식·생각·의견·정서 등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네이버와 같은 독점적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동의 없이 그의 행동을 개인 맞춤형으로 바꾸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와 권위주의 사회 모두에서 이러한 지식과 영향력은 경제적 목적뿐만 아니라 정치적 목적에 이용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이버 공간을 이용하려는 이들은 정부만이 아니다. 민간기업은 물론 개인도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이념 등을 위해 이를 이용한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 중립성을 보장하고 검열을 금지하며 보편적 인권 보호와 같은 합의를 이루고 관리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효과적인 관리 기구가 없다. 오히려 도덕적으로 의심받는 소수의 플랫폼이 온라인 세계를 지배한다.

인공지능 기술, 특히 머신러닝은 특정 분야를 먼저 차지한 이에게 큰 이득을 안겨주는 구조이다. 구글은 이용자 검색에 관한 데이터를 누구보다 먼저 많이 축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세계를 지배하는 검색 엔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현재 독점 구조는 과거의 기술 발전에 비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20세기의 전체주의 정부가 추구했던 방식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바꿀 수 있다.

이러한 기술에 대한 민주주의적 통제에 중대한 변화가 없다면 그 기술은 특정 세력이 의도한 대로 민주주의를 계속 위협할 것이다. 그들은 반민주적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와 같은 민주주의적 가치를 내세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은 물론 국회에서까지 가짜뉴스를 남발하는 이들은 터무니없는 정보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외친다.

플랫폼의 서비스는 이용자의 이용 시간을 최대화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 알고리즘은 정확한 콘텐츠보다 극단적인 콘텐츠를 우선시한다. 우리는 흔히 뉴스 미디어를 통한 저질·가짜 정보를 대부분 나쁜 언론인이나 언론사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가 특정 유형의 뉴스를 선호하는 플랫폼의 상업적 압력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독과점적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언론사들에 등급을 매겨 대중의 뉴스 이용 기회를 통제하고 있다고 비판받는 네이버의 행태는 이러한 압력의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경향은 전 세계적으로 극단적인 정치 세력의 부상을 지원했으며, 민주적 제도와 절차에 대한 믿음과 참여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정치인들은 이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자신들도 이러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이용해 이익을 얻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러한 현실은 정치적 불안정을 심화하고 전체 민주주의 시스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시급한 규제 조치가 없다면 미래의 정치, 특히 '자유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가장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집단에 의해 지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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