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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아시아나 품는 대한항공…곳간 풀어 자회사 ‘빚 탕감’

[마켓파워] 아시아나 품는 대한항공…곳간 풀어 자회사 ‘빚 탕감’

기사승인 2023. 03.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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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역대급 실적 '자금 넉넉'
기업결합 승인 美·EU·日 심사 남아
"인수합병 전 자회사 채무정리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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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곶간을 풀어 자회사 빚 탕감에 나섰다. 팬데믹 기간 역대급 실적을 올리면서 자금사정이 넉넉해지자 자회사 지원에 나선 것이다. 올 하반기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에 앞서 자회사 채무를 정리하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대한항공이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부채비율 1만 298%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2~3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넉넉한 곶간 풀어 자회사 '빚탕감'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0일 406억원을 출자해 계열회사인 왕산레저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대한항공이 출자하는 406억원은 왕산레저개발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전액 쓰인다. 왕산레저개발은 지난 2014년 11월 산업은행으로부터 799억원을 빌렸고, 차입금 잔액은 399억5000만원이다. 상환 만기일은 다음달 19일로 대한항공 자금으로 남은 빚을 털어내는 셈이다.

왕산레저개발의 매각 추진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한항공 측은 "올해부터 왕산레저개발의 마리나 사업을 강화하고, 임대수익 제고에 적극 나서려 한다"며 "독자생존 경영을 위한 재무구조 개선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에는 대한항공의 자회사 HIC(Hanjin International Corp)가 2020년 9월18일 빌린 7996억9904만원을 조기상환했다. 상환 자금의 출처는 지난달 28일 대한항공이 HIC 유상증자에 출자한 9343억원이다. 사실상 대한항공이 HIC의 빚을 대신 갚아준 셈이다. HIC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호텔과 오피스 임대 사업을 하는 자회사로, 2017년 사업장 개장 3년만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자금난을 겪어왔다.

자회사 사업 강화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30일 케이에비에이션의 전세기 사업 강화에 891억 4500만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케이에비에이션은 전세기와 소형 헬기를 민간에 대여해주는 계열사다. 전세기 사업의 경우, 전용기를 구매하지 않고 대여하는 기업이 늘면서 수요가 적지 않다. 전용기 운영과 관리 비용이 연간 수백 억원씩 들기 때문이다.

◇'부채비율 1만 298%' 아시아나항공 정상화 '미지수'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4조960억원, 영업이익 2조830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보다 매출은 11.1%, 영업이익은 999.3% 증가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항공 화물운임 증가, 국제여객 항공권 가격 상승 효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00%대로 창사 이래 가장 탄탄한 재무건전성을 갖춘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의 심사만 남겨두고 있다. 대한항공은 심사 승인이 종료되는 즉시 아시아나항공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63.9%를 1조5000억원에 매입할 예정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이 1만 298%에 이를 정도로 재무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3분기 말 2조411억원의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보유했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기에도 버거운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투입할 1조5000억원으로 아시아나항공이 당장 정상화될지도 미지수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후 2~3년 간은 재무 상황이 지금처럼 여유있기 힘들 것"이라며 "어려운 자회사들에 자금을 지원할 적기이고 왕산레저개발 등은 매각에 성공하면 다시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EU 경쟁당국 집행위원회는 오는 7월5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과 일본 경쟁당국도 심사 결과 발표까지 해를 넘기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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