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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병원 대표원장에게 제기된 의혹 중 하나는 '리베이트'다. 의료법 제23조의 2항에 따르면 의료인을 비롯한 의료기관 개설자, 약사법 제47조 2항에 따라 약사나 약국 개설자는 약품공급자로부터 판매촉진 등을 목적으로 제공되는 편익이나 물품, 금전 등의 이익을 받거나 받게 해서는 안된다. 지난 2010년 이후부터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업체를 비롯해 수수한 사람 역시 함께 처벌이 가능한 쌍벌제 제도가 시행중이다.
21일 진정 내용 등에 따르면 대표원장은 자신과 부인 등이 100% 주주인 홍보대행업체 P사가 소유한 간납업체 M사를 통해 사실상 리베이트를 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의료법인이 구매하는 약품·의료기기·소모품 등은 이사장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입찰을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A병원의 경우 S의료재단 소속 5개 병원과 A병원 등 6개 병원에서 필요한 모든 인공관절수술 의료기기를 M사를 통해 납품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계에 따르면 대학병원 의료법인 간납업체의 마진은 3~5% 수준인데 반해 A병원 간납업체 M사의 마진율은 2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해외투자와 인천에 종합병원을 오픈하며 손해 본 것을 메우려고 무리한 요구를 한 게 발목 잡은 게 아닌가 싶다"며 "자체 홍보대행사 마진이 높은 것도 자병원에서 힘들어 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부산고등법원은 28.8%의 마진을 제공한 의약품 도매업체에 대해 리베이트로 판시했다. 당시 부산고법은 적정 마진율로 병원 납품가의 5%를 제시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병원으로 귀속돼야 할 이익이 간납업체의 마진율을 높여 간납업체 소유주에게 돌아간 정황을 보면 리베이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M사의 2021년 기준 매출액은 280억원, 영업이익은 70억원대로 알려졌다. 영업이익률은 25%에 달한다. 반면 다른 유명 간납업체 I는 이 기간 매출 6363억원에 영업이익 8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41%였다. 또 다른 간납업체 K가 이 기간 매출 6900억원에 8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려 1.16%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M사의 영업이익률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M사는 2018~2020년에도 22.45%에서 최대 23.69%의 영업이익률을 꾸준히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경유매출을 통해 M사를 소유한 P사는 2021년 매출 41억원에 18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영업이익률은 44.77%나 됐다.
하지만 5개 A병원을 소유한 S의료재단은 2021년 1494억원대 매출을 올렸음에도 46억원대(-3.13%)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8%대였던 영업이익률은 2020년에는 2.34%까지 낮아졌다. S의료재단에 귀속돼야 할 이익이 간납업체로 흘러들어갔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한 대형 척추·관절병원 병원장은 "병원 이익은 10% 전후로 유지되는 수준이 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보다 적다면 이익을 빼돌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도 "병원 이익은 줄어드는데 간납업체 이익은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기기업체와 병원 사이에서 과도한 통행료를 받는 간납업체의 폐해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간납업체 지분을 가진 병원장이나 의료법인 이사장 등에게 제공되는 결국 리베이트 다름 아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7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전한 의료기기 유통거래질서 정착을 위한 유통구조 선진화'정책토론회에서 정부·학계·산업계 인사들은 의료기기 유통의 합리적인 정책방안 모색에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당시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의료기기 유통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면이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과 특수관계에 있는 간납사의 불공정거래에 따른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간납사는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반론보도] 'A병원 관련 중복개설·리베이트 수수'보도 관련
본지는 2023. 3. 13자 「[단독] 대형 척추·관절 병원장 '의료법 위반' 진정…경찰 '늑장수사' 논란도」, 2023. 3. 21자 「의료계, A병원 대표원장 '간납 활용한 리베이트 수수 의혹' 주목」, 2023. 4.2자 「[단독] 서울지방국세청, A병원 L대표원장 '탈세' 정밀분석 착수」 제목의 보도에서 대표원장의 의료기관 중복개설·운영, 간접 납품업체를 통한 리베이트를 수수 및 병원경영지원회사를 통한 배임횡령 의혹을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해당 원장은 "재단과 개인병원을 중복 소유하거나 운영한 시기가 없고, 각 병원은 각기 다른 자에 의해 개설·운영되고 있으므로 의료기관 중복 개설을 금지한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M사는 간납업체가 아닌 통상의 재고관리 및 납품관리 회사로, 2011년 동일한 쟁점의 재판에서 M사는 독립적인 거래 주체로서 실제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라는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또한 C사는 별도의 건강보조제 사업 회사로 병원에 납품하고 있지 않고, P사는 경영지원회사가 아닌 보통의 홍보대행회사 이므로 이들 회사가 의료법인 산하 병원들과 마진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으로 의료법인에 귀속될 수익을 수령함으로써 리베이트를 수수하거나 배임, 횡령을 저질렀다는 진정서의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