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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비판하면 문 닫는다’ 중미 니카라과, 적십자사까지 폐쇄

‘정권 비판하면 문 닫는다’ 중미 니카라과, 적십자사까지 폐쇄

기사승인 2023. 05. 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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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집권 오르테카, 2000여 단체 금지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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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6일 니카라과 푸에르토카베사스 시내를 지나는 적십자사 트럭의 모습. / AFP=연합뉴스
정권에 비판적인 단체·인사에 대한 탄압을 이어가고 있는 중미 니카라과 정부와 집권당이 국제적 인도주의 단체인 적십자사까지 해산시켰다.

니카라과 의회는 10일(현지시간) 니카라과 적십자사 설립의 근거가 된 1958년 법령을 폐지하고 새로운 분권적 자율 기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보건부 산하에 설치될 새 기구는 사실상 새로운 니카라과 적십자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1931년 니카라과 대지진 당시 시작된 니카라과와 적십자사의 인연은 악연으로 끝을 맺게 됐다. 니카라과 적십자사는 지난 수십년간 현지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쳐 왔고, 지금도 약 20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이 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다. 니카라과 당국은 이날 통과된 법안에 따라 기존 적십자사의 재산을 압류해 정부에 귀속한 뒤 새 기구로 넘겨줄 것으로 알려졌다.

니카라과 의회는 2018년 반정부 시위 이후 적십자사가 인도주의 단체들에 요구되는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매체 라프렌사는 이번 결정이 다니엘 오르테가 정부가 지시한 사안이라고 전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적십자사가 공정성 및 중립성을 포함하는 기본 원칙을 위배했으며 재무제표와 세금신고서 신고 누락, 기부자 정보관리 부실 등 비정부기구(NGO) 설립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배했다고 밝혔다.

오르테가 정권은 지난 2018년 반정부 시위가 촉발된 데 NGO들의 부추김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2020년 이후 2000여곳의 NGO와 협회, 노동단체 등을 활동 금지 조치했다. 2018년 당시에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최소 355명이 사망하는 등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는데, 적십자사는 수천 명의 부상자를 치료하고 구제활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79~1990년 국가수반을 지낸 오르테가 대통령은 2007년 다시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21년 4연임에 성공하며 장기집권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오르테가의 부인 로사리오 무리요는 현재 영부인 겸 부통령이기도 하다. 오르테가 정권은 2018년 시위 이후 반대파를 제거하고 수백명의 비평가들을 구금하는 등 탄압적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대선은 오르테가의 정적들이 대거 투옥된 상태에서 치러지기도 했다. UN(국제연합)과 EU(유럽연합), 미국 등은 인권문제로 니카라과 정부와 관련 인사들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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