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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학 칼럼] 끓는 냄비 속 개구리 10년, 위기 극복의 근본처방은 국회의 책임이다

[황인학 칼럼] 끓는 냄비 속 개구리 10년, 위기 극복의 근본처방은 국회의 책임이다

기사승인 2023. 05.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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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학 한국기업법률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한 계단 더 낮아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상반기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국내총생산 실질 성장률이 전년 대비 1.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에 발표한 전망치는 1.8%였다. 불과 석 달 만에 0.3%포인트를 낮춘 것이다. 경제 심리는 성장률 못지않게 방향성이 중요한데 KDI는 하반기 경제회복이 연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다고 본 것이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KDI만이 아니다.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최근에 수정한 전망치는 1.1%~1.6%이다. 대내외 여건이 예상 밖으로(?) 호전되지 않으면 올해는 1% 초반대 성장률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돌이켜보면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하인리히 법칙'이 있듯이 위기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산업재해를 분석한 하인리히는 대형사고가 터지기 전에 평균 29번의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300번의 잠재적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했다. 경제 위기도 마찬가지다. 이미 10년 전, 2013년 4월 한국경제는 '서서히 끓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안주하면 성장이 멈춘다는 음울한 경고였다. 그리고 그해 6월, OECD 보고서에서도 한국경제는 OECD 주요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추락하는 중이며 이 추세로 가면 2030년대에 성장이 멈출 것이라며 또 다른 경고음을 낸 바 있다.

그리고 5년이 지나고 2018년 8월, KDI는 규제개혁 세미나에서 경제전문가 489명에게 '한국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라는 주장에 공감하는가'를 설문 조사해서 발표했다. 매우 공감 45.0%, 약간 공감 43.1%로 공감한다는 응답률이 88.1%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경제가 끓는 냄비에서 탈출할 시간은 얼마나 남았나'를 조사하니 이미 때를 놓쳤다는 응답이 5.6%, 1~3년이 63.3%, 4~5년이 27.1%였다. 끓는 냄비 탈출의 골든타임을 5년 이내로 응답한 비율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올해는 위 조사에서 위기 탈출의 골든타임이라 했던 5년 시한의 마지막 해이다.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된 한국경제의 상황은 어찌 바뀌었을까. 개구리 비유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10년 동안 정부는 위기의 극복, 탈출을 위해 무엇을 했고 어떤 성과를 거뒀는가. 이와 관련 2021년 7월에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향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경로 추정'을 보면, 중립적 시나리오에서 2025년 잠재성장률은 1.57%, 2030년 잠재성장률은 0.97%로 나타났다. 2030년에 성장률이 1% 아래로 추락한다는 이 전망치는 2013년 OECD의 장기 전망보다 더욱 암울하다. 단순 비교의 위험이 있지만 이 둘을 놓고 볼 때 지난 10년 동안 한국경제는 상황이 나아진 게 아니라 더 나빠졌다고 하겠다. 한국경제 개구리가 끓는 냄비에서 탈출은커녕 어떤 의미에서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 안주(安住) 당했던 셈이다. 

골든타임 5년 시한의 대부분은 문재인 정부와 겹친다. 이때부터 만약 정부가 헌법 제119조 1항에서 명시한 그대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로 세우는 개혁을 추진했다면 지금쯤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일 것이다. 경제사학자 아세모글루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에서 누누이 강조하듯이 제도는 나라의 발전과 국민의 행복에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원인 변수이다. 흔히들 저성장의 문제는 산업경쟁력 약화, 투자 부진, 저출산 등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진짜 원인은 제도의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제도는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경쟁력지수에서도 나타나듯이 경쟁국과 비교하여 취약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언제나 경제회생의 가장 중요한 처방 1순위는 제도개혁이었지만 적어도 이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는 거꾸로 갔다. 지난 정부와 당시 여당은 규제 혁파보다는 경제 활력과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법령 양산에 골몰하여 위기 탈출은커녕 오히려 위기의 병증을 키웠다. 최저임금을 한꺼번에 과격하게 인상해서 일자리 기회를 줄이고 물가를 올린 소득주도성장론은 또 다른 문제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비정상의 정상화와 함께 경제 회생 및 재도약의 기틀을 위해 법치의 확립과 제도개혁에 시동을 건 것은 이만저만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오래된 병의 치료가 그렇듯이 지난 10년을 실기한 경제 위기의 병증을 고치려면 현상적 대증요법과 제도적 원인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대증요법은 대체로 행정부 소관의 일이다. 그러나 제도혁신의 원인치료는 법률의 제·개정을 수반하기 때문에 여의도 정치의 역할과 책임이 크다. 달리 말하면 지금껏 위기의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 이를 방치 또는 키운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의미다. 

행정부는 위기의 병증을 늦추거나 덧나게 할 수 있지만 근원적 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경제위기의 극복과 재도약의 최종 관건은 입법부가 쥐고 있다. 따라서 국회가 국민의, 국민을 위한 대리기구라면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제도 중에 생산적 기업가정신을 억누르고 대규모 사기나 부패와 같은 파괴적 기업가정신을 간접 조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포함해서 비례의 원칙에 벗어난 과잉 규제, 글로벌 정합성과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낡은 규제, 국민 일반보다는 기득권 보호와 이익단체 편향적인 지대추구형 규제 등을 싹 고쳐야 한다.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의도 정치인이 제 일을 하지 않고 조선을 망친 사대부마냥 행세하면 국민이 국회를 바꾸는 선택을 해야 그나마 기회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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