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대규모 ‘불법 공매도’ 최초 적발… “과징금 역대 최대치 부과”

역대 최고 과장금 부과 예정
국내 수탁 증권사도 조치
유사 글로벌 IB로 조사 확대 계획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금감원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최초로 적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 수탁 증권사에도 책임을 묻는다.

15일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는 불법 공매도를 지속한 글로벌 IB와 국내 수탁 증권사들에 대해 "이번 (적발)건에 대해 확실히 국내 수탁 증권사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글로벌 IB뿐만 아니라)국내 수탁 증권사도 (적절한)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그간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돼온 글로벌 IB의 관행적인 불법 공매도 행위를 적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조사 전담반을 꾸리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감시와 집중 조사를 실시해왔다.

이번에 적발된 글로벌 IB 두 곳은 해외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관련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하고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불법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콩 소재의 A사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A사는 주식 차입 과정에서 대차 내역 등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 소유 주식을 중복 계산해 과다 표시된 장부를 기초로 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이후 매매 거래 2일에 결제 수량 부족을 인지하고도 시정 조치 없이 사후 차익 등의 방식으로 위법 행위를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콩 소재의 B사도 지난 2021년 8월에서 같은해 12월 중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B사는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주식 수량이 아닌 향후 차입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수 계약을 체결해 사후에 확정하는 방식으로 위법 행위를 방치했다.

김 부원장보는 오랜 기간 많은 종목을 가지고 문제의식 없이 불법 공매도를 행한 것 자체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매도는 국내 주식 시장에서 이슈가 제일 많은 만큼, 글로벌 IB가 국내 시장의 공매도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볼 수 없다"며 "(불법 공매도 사실을)걸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과징금 제도 도입 후 최대 규모의 과징금 부과가 예상되다"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심의 의결을 거쳐 엄중한 제재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금감원은 이번 적발 건에 대해 국내 수탁 증권사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 재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김 부원장보는 "조치 대상자에게 재발 방지를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수립하도록 요구했다"며 "이번에 적발된 IB와 유사한 영업을 영위하는 주요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조사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