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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영화업계, 사전검열 폐지 요구…“영화등급제도 도입하라”

말레이 영화업계, 사전검열 폐지 요구…“영화등급제도 도입하라”

기사승인 2024. 02. 13.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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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슬람교 모독 혐의로 제작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은 말레이시아 영화 '나비(Mentega Terbang)' 포스터. 쿠알라룸푸르법원은 지난 1월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영화 나비 제작자들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바이브스(The Vibes)
말레이시아 영화업계가 이슬람교에 바탕을 둔 자국영화 검열 제도에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검열 규정이 모호하고 불합리하다고 주장하며 정부가 영화의 삭제, 상영과 배포 등을 검열할 권한을 내려놓고 영화등급제도를 책정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일 더선데일리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쿠만 픽쳐스 아미르 무하마드 전무이사는 검열 정책으로 말레이시아 영화가 쇠퇴했다고 규탄했다.

아미르 전무이사는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영화제에서 모든 영화는 검열 없이 상영한다"며 "당국의 불필요한 검열은 말레이시아 영화 제작자의 다양성과 창의성까지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화검열위원회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전심의제도를 폐지하고, 관객의 연령에 제한을 두는 영화 등급제를 따라야 작품의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는 1954년부터 영화검열위원회(LPF)가 공공질서, 종교, 사회문화, 품위 및 도덕성 등 네 가지 위반 여부를 평가해 상영등급을 결정한다. 2023년 2월부터 영화검열위원회는 기존 3개로 분류한 상영등급을 전체관람가(U), 12세 미만 관람시 보호자 동반(P12), 13세 이상 관람가(P13), 16세 이상 관람가(P16), 18세 이상 관람가(P18) 등 5개로 세분화해 구분하고 있다.

영화 검열 지침은 다민족 국가 가치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이와 별개로 당국은 영화검열법(The Film Censorship Act 2002)에 따라 대중에게 공개되는 모든 영화 및 영상물을 사전 검열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영화 삭제 대상은 대부분 폭력적이거나 종교를 모독하거나 당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한 장면이다.

이러한 이유로 말레이시아 영화검열위원회는 벤허(1959), 아이즈 와이드 셧(1999),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 등의 상영을 금지했고, 2017년에는 디즈니 영화 미녀와 야수(2017)에 동성애가 묘사된다는 이유로 상영 금지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최근 영화 검열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한 배경은 지난 1월 영화 '나비(Mentega Terbang)' 제작자들이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나비는 불치병을 앓는 어머니를 둔 15세 소녀 아이샤가 이슬람이 아닌 다른 종교의 사후세계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2021년 11월 28일 영화제(Jogja-NETPAC Asian Film Festival 2021)에서 처음 소개된 작품으로 2023년 1월 홍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뷰(Viu)에 공개됐다. 그러나 영화검열법 26조에 따라 공익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상영이 금지됐다. 또한 지난 1월 17일 쿠알라룸푸르법원은 형법 298조에 의거해 신자의 종교를 모독한 혐의로 영화 제작자 카이리 안와르와 탄맹켕 감독에게 1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러한 판결에 영화 업계에서는 당국의 검열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화자유네트워크의 안나 할 공동대표는 "영화 나비는 말레이시아 극장에 상영하지도 않은 작품이지만 창작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규제를 남발할 경우 제작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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