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전세시장]“아파트 전세 씨 말랐다”… 서울 전역 확산 조짐

'명문학군' 목동 20억 전세 잇단 계약
非아파트 중심 전세사기 이슈 여파
성동구선 한 달새 최대 2억 이상 올라

"지난해 말부터 이사 수요가 늘면서 전세를 찾는 사람은 부쩍 많아졌는데 아파트 단지별로 전세 물건이 한 두개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당분간 전셋값이 더 오를 것 같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저렴한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이같이 말했다.

새 학기 시즌인 요즘은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통적인 이사철로 꼽힌다. 이렇다 보니 명문 학군이 몰려 있어 '맹모' 수요가 넘쳐나는 목동 일대 아파트 단지들에선 20억원이 넘는 전세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면적 180㎡형 지난달 16일 22억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앞선 지난 1월 18일에는 같은 평형이 최고가인 23억원에 갱신 계약되기도 했다. 인근 '트라팰리스 이스턴 에비뉴' 전용 161㎡형도 같은 달 20일 20억원에 전세 계약을 새로 맺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서 빌라(연립·다세대주택),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를 중심으로 불거진 전세사기 이슈가 목동 일대 아파트 전셋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목동 신시가지 5단지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저렴해 인기를 끌던 화곡동에서 전세사기가 속출하면서, 이제는 목동에서 아파트 전세 매물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전했다.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는 목동 등 일부 지역을 넘어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세들어 살면서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려는 수요자들이 많아진 결과로 보인다. 전세사기 문제로 빌라를 꺼리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아파트 전세시장이 들썩이는 원인으로 꼽힌다.

아파트 전세 수요는 늘고 있는데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2350채로, 작년 말(3만5305건)과 비교해 8.4% 감소했다.

고가 아파트 전셋값은 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 전용 129㎡형은 최근 29억원에 새로 세입자를 들였다. 작년 10월 같은 면적대가 27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은 것을 감안하면 3개월 사이에 전셋값이 1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140㎡형도 지난달 15일 27억원에 신규 전세 계약을 맺었다. 지난 1월 7일 같은 평형이 24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한 달여만에 2억5000만원인 뛴 셈이다.

전셋값 상승 분위기는 지표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2021년 6월을 100을 기준으로 지난 1월 86.8을 기록하며 작년 6월 이후 8개월째 오르고 있다. 주간 기준으로도 2월 셋째 주 기준 0.04% 올라 40주 연속 상승했다. 또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2723만원으로, 전월(4억2448만원) 대비 275만원 올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매입보다는 전세 거주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아파트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전셋값이 당분간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집값 조정 및 비(非)아파트를 중심으로 속출하는 전세사기 여파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전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