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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대국 中, 법률 시장 새 산업으로 각광

부패 대국 中, 법률 시장 새 산업으로 각광

기사승인 2024. 03. 1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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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존재감 미미
최근 당정재계 고위급들의 부패로 수요 폭발
부르는 것이 수임료, 시장 미국 바짝 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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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베이징의 한 변호사 단체가 개최한 좌담회. 중국의 법률 시장이 새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해야 할 것 같다./베이징칭녠바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강력히 추진하는 '부패와의 전쟁'으로 낙마하는 당정 및 재계 고위급 인사들이 속출하자 중국의 법률 시장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폭발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완전 황금알을 낳는 새로운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베이징칭녠바오(北京靑年報)를 비롯한 매체들의 최근 보도를 종합하면 변호사들이 상당 부분을 좌지우지하는 중국의 법률 시장은 지난 세기 말까지만 해도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았다. 연 100억 위안(元·1조8300억 원)에도 한참이나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판의 의외성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상 변호사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지 않은 탓이었다. 변호사가 되는 것도 별로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금세기 들어 법치주의와 인권이 강조되면서 분위기는 빠르게 변했다. 변호사의 역할 증대가 본격적인 현실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어떻게든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스타 변호사들을 찾는 부유층 수요자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최근에는 사정의 칼날에 추풍낙엽처럼 낙마하는 당정 및 재계의 호랑이(고위급 부패 사범)들까지 이들을 필요로 하게 됐다. 부르는 것이 수임료라는 말이 나돌아도 당연한 상황이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사례들을 들어봐야 알기 쉽다.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에서 금융 업무를 담당하다 뇌물 수수 혐의로 공안 당국에 체포된 후 현지 변호사를 전격 선임한 40대의 정(鄭) 모씨의 케이스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사건 수임 조건으로 사전에 무려 400만 위안을 지불했다고 한다.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게 다가 아니다. 해당 변호사는 이후 재판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경우 비슷한 액수의 성공 사례금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이징의 한 스포츠용품 수입 회사 청(程) 모 사장 역시 탈세 혐의로 구속되자 부랴부랴 거액의 수임료를 조건으로 스타 변호사를 선임했다고 한다. 그의 경우는 아예 형기와 관련한 사례금이 수임 계약서에 명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죄 석방을 이끌어낼 경우 1000만 위안 이상을 지급한다는 조건이 유독 눈에 띈다는 것이 베이징 법조인들의 전언이다. 극소수를 제외한 한국인 민형사 피의자들이 너무 높아진 변호사 비용에 쩔쩔 매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2023년을 기준으로 총 58만여 명의 변호사들이 활동하는 중국의 법률 시장은 2023년을 기준으로 2000억여 위안을 헤아리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년 성장률도 20% 이상에 이른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1조 위안 시장이 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중국이 규모 면에서 법률 시장 천국 미국을 맹추격하는 것은 이제 목전의 현실이 되지 않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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