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파묘, 베트남서도 돌풍…‘역대 최대 흥행 한국영화’ 등극

파묘, 베트남서도 돌풍…‘역대 최대 흥행 한국영화’ 등극

기사승인 2024. 03. 25. 18:5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KakaoTalk_20240325_135448388
'파묘'가 상영되고 있는 베트남 하노이 시내 극장가의 모습/하노이 정리나 특파원
오컬트·공포영화 장르에선 처음으로 한국 천만 영화에 합류한 '파묘'가 베트남에서도 역대 가장 흥행한 한국영화에 등극했다.

25일 베트남 박스 오피스에 따르면 파묘는 개봉 10일 만에 1650억동(89억 4300만원)에 가까운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종전까지 베트남에서 가장 흥행한 한국 영화였던 '육사오(6/45)'의 흥행 수익 1500억동(81억 3000만원)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파묘는 베트남 개봉일인 지난 15일 이미 66만 불(8억 8539만원)을 기록해 역대 한국 영화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달성한 바 있다.

베트남은 태국 등 인근 동남아 국가들과 같이 전통적으로 공포영화의 인기가 높다. 하지만 파묘의 베트남 개봉 소식이 전해지며 일각에선 한국의 역사·문화적 코드가 녹아 있는 '특수성'으로 흥행 여부에 대한 기대가 엇갈리기도 했다.

이런 우려는 개봉일인 지난 15일 가볍게 사라졌다. 개봉 전부터 입소문을 탄 파묘를 보기 위해 몰려든 베트남 관객들로 고가의 프리미엄 상영관도 가득 찼다. 베트남의 영화 관람료가 한국의 약 50~60% 수준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풍경이라 '흥행'을 예감할 수 있었다.

개봉일에 맞춰 친구들과 파묘를 관람한 타인(27)씨는 "우려와는 달리 영화 속에 등장하는 풍수·샤머니즘·오행 등 한국의 문화가 베트남 문화와도 비슷한 점이 있어 오히려 더 즐겁게 봤다"고 말했다.

조상의 묫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파묘의 줄거리는 베트남의 문화·민간신앙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유교·불교·도교의 영향을 받은 베트남 역시 조상을 잘 공양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최근 보 반 트엉 베트남 국가주석이 취임 1년여 만에 갑작스레 사임하게 된 것을 두고 항간에선 그의 친척이 조상 사당 건립을 명목으로 특정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기 때문이란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고하를 막론하고 베트남에선 조상을 모시는 무덤·사당을 크게 짓는 것이 후손의 미덕, 가문의 위세와 '성공'을 나타내는 징표로 무척 중시한다.

북부 지방에는 부모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일정 기간(통상 3년)이 지나면 매장한 무덤을 다시 여는 풍습도 있다. 가족들이 모여 다시 무덤을 파내고 장남이 관을 열어 부모의 유골을 수습해 닦고 다시 작은 관·함이나 새 장지로 옮긴다. 이때 무덤을 다시 여는 시기, 절차와 방법부터 다시 매장하는 곳의 풍수까지 모든 것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훙(49)씨는 "요즘엔 간소화되거나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비슷한 풍습이 있는 베트남 관객들에겐 영화의 소재가 참신하고 흥미롭다 느껴진다"고 말했다.

역사적 요소도 흥행을 더 하고 있다. '공포영화 매니아'를 자청한 히엔(26)씨는 "베트남의 공포영화는 스토리나 연출이 용두사미로 끝나버리거나 아쉬운 부분이 많다. 파묘는 생각보다 무섭진 않았지만, 공포영화에 역사·문화적 요소를 세련되게 녹여낸 것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관람 후 영화관을 떠나는 일부 관객들은 "우리(베트남)는 일본이 아니라 서양인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은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기자 주: 일제는 2차세계대전 중이던 1940~1945년 프랑스 비시 정권과 공동으로 베트남을 식민 통치했다).

중장년층 관객들은 영화에 녹아 있는 역사적 요소에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럼(51)씨는 "공포영화에 민족의식을 녹여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재미와 함께 역사·민족 의식을 고취한다는 점이 베트남 사람들에게 무척 인상적이고 긍정적"이라 말했다. 드라마 도깨비·더 글로리 등으로 베트남에서도 유명한 배우 김고은과 이도현을 보러 극장을 찾았던 젊은 관객들도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가 좋았다.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도 생겼고 우리(베트남) 역사도 돌아보게 됐다"는 후기를 속속 전하기도 했다.

영화 속 역사적 요소는 호평을 받고 있는 '세련미'에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공포영화에 대한 검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영화 속 미신적 요소나 공포스러운 장면을 강력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베트남 공포영화 마니아층에선 "귀신이 나와야 하지만 귀신이어선 안된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기도 한다. 귀신이 나오더라도 영화 마지막엔 진짜 귀신이 아닌 (귀신인척하는) 악인이거나 영화의 내용이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것이다.

히엔씨는 "예고편에서 봤던 장면이 삭제되거나 중간중간 (검열로 삭제돼) 이야기가 붕 떠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보니 재밌을 것 같던 베트남 공포 영화들도 결국 '코끼리 머리로 시작해 쥐의 꼬리'로 끝나버리는 것"이라 지적했다. 파묘 속 역사적 요소나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덕에 검열에 걸리지 않고, 베트남 관객들에겐 상대적으로 기승전결이 완벽한 '세련된' 공포영화가 되는 셈이다.

영화 '육사오(6/45)'가 코미디 장르의 이점을 살려 다양한 관객층을 끌어들임으로써 흥행에 성공했다면, 파묘는 오컬트·공포영화란 장르에 한국의 세련미, 베트남과 통하는 역사/문화적 코드에 대한 호응이 더해지며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파묘는 쿵푸팬더4·듄 2 등을 제치고 현재도 베트남 극장가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파묘'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최민식)·장의사(유해진)·무속인(김고은) 등 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전 세계 133개국 판매를 기록한 파묘는 인도네시아에서도 개봉 20일 만에 180만 관객을 동원해 현지 개봉 한국 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