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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충당금 발목 잡히는 빅4, IB 실적 제고에 ‘심혈’

올해도 충당금 발목 잡히는 빅4, IB 실적 제고에 ‘심혈’

기사승인 2024. 04. 2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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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손실 위험액 최대 3조 추정
인수합병·유상증자 등 IB 수익 제고
"보수적 접근 땐 수익 발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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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증권 등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가능성이란 대형 악재 속에서 수익성 개선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당초 하반기로 점쳐졌던 금리인하 시점에 불확실성이 더해지고 부동산 시장 회복도 더뎌질 것이란 평가가 나오면서, 올해도 적지않은 금액의 부동산 PF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부동산 PF 대출로 인한 대형사들의 손실 위험액이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단위의 추가적인 충당금 적립이 이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한 PF 정상화 의지를 강력히 내비치고 있기에, 증권사들도 그 방향에 맞춰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증권사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실적 쌓기에 나섰다. 이외에도 M&A(인수합병), 유상증자, 채권 등 전통 투자은행(IB) 수익 제고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순 빅4 증권사인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증권이 올해도 부동산 PF 대출로 인한 충당금에 실적 발목이 잡힐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들 증권사는 2023년에도 고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부동산 관련 충당금을 대규모로 쌓았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증권이 작년 한 해 동안 적립한 대손충당금은 각각 2822억원, 4308억원, 3260억원, 3257억원이다. 이들 중 2022년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던 회사는 삼성증권으로 1019.2% 늘었다.

증권사들이 이미 한 차례 대규모로 충당금을 쌓은 만큼, 올해는 관련 리스크가 다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는 금리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 회복도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황은 금리에 따라 크게 좌지우지된다. 예컨대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에 수요가 있는 사람들이 대출 과정에서 이자부담을 덜게 되는데, 이는 공실률 문제 등을 해결해준다.

증권사들의 PF 익스포져(위험노출액) 역시 여전히 규모가 큰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내 25개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익스포져는 2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증가했다.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증권 등을 포함한 8개 대형사들의 PF 익스포져가 2022년보다 2조원 가량 늘어난 영향이다. 전체 익스포져에서 이들 회사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17조1000억원(65%)에 달한다.

올해 만기를 앞둔 PF 대출 규모도 만만치 않다. 증권사들의 PF 대출 규모를 사업단계별로 살펴보면, 브릿지론이 6조7000억원(26%), 본PF가 19조5000억원(74%) 수준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만기를 앞둔 각 PF 대출 비중을 각각 80%(5조3600억원), 30%(5조8500억원)로 추정했다. 이예리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회복 지연으로 공사 지연이 지속되거나, 저조한 분양률이 계속될 경우 중후순위 익스포져를 중심으로 손실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구나 정부가 부동산 시장 질서를 지키기 위한 PF 정상화 조치 계획을 밝히면서, 증권사들에게도 충당금을 쌓고 이를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업계 전반에 충당금 적립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게 조성돼 있는 만큼, 증권사들도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업황과 PF 대출(브릿지론·본PF) 위험 상태, 정부의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다음, 대형 증권사들이 최소 2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을 것으로 추정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정부의 정책 효과와 현재 비우호적인 금융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대형 증권사들의 추정 충당금 규모는 2조4000억~3조1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추가적인 PF 충당금 적립과 부동산 신규 사업 감소로 대형 증권사들의 IB 실적은 올해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증권의 올해 1분기 IB 부문 영업이익은 각각 307억원, 1094억원, 759억원, 568억원이다.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1분기부터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으려는 증권사도 있겠지만, 회사들 마다 상황에 맞게 움직일 것 같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들도 부동산 관련 신규 사업을 시작하기 보다는 보수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될 경우 수익 발생은 어려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증권 등은 부동산 금융 사업에서 채권발행시장(DCM)·주식발행시장(ECM) 등 전통 IB 쪽으로 눈길을 돌리는 모습이다. 부동산 불황으로 인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IB 부문 실적을 방어하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가장 발 빠르게 부동산금융을 담당했던 본부 수를 줄이고, ECM 부서는 본부로 승격시켰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IB그룹 IB1본부 산하에 'IPO 1담당'을 신설해, IPO 부문에 힘을 실었다. 삼성증권도 업계에서 유일하게 IPO 전담 부서를 3개에서 4개로 확대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DCM·ECM 수익을 책임지는 IB1 사업부 인사에 윤병운 대표와 길게 호흡을 맞춰온 인사를 기용하면서, 전통 IB 부문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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