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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탐사] 경찰의 중심지역관서, 알고보니 탄력유연파출소 재탕인가

[아투탐사] 경찰의 중심지역관서, 알고보니 탄력유연파출소 재탕인가

기사승인 2024. 05. 0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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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치안 공백 불안 '가중'…현장 대응력 떨어져
"결국 보여주기식…큰 사건 터지면 원래대로 돌아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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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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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지난해부터 올 4월까지 시범운영한 '중심지역관서제'가 소규모 지역관서의 치안불안을 야기한다는 지적이다. 이는 현재 거의 자취를 감춘 '탄력유연파출소제'의 재탕으로 보여주기식 정책 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경찰에 따르면 중심지역관서제는 지난해 9월 18일부터 11월 30일까지 전국 15개 지역관서(중심 15·소규모 21)를 대상으로 1차 시범 운영을 마쳤다. 이후 2차 시범 운영을 실시해 지난달 30일 종료됐다. 당초 시범운영 결과를 토대로 전국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중심지역관서제 확대를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심지역관서제도는 지구대·파출소 2~3곳을 묶어 대표 격인 1곳을 '중심지역관서'로 지정해 운영하는 제도로, 지난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이상 동기 범죄를 방지하고자 순찰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됐다.

하지만 중심지역관서로 경찰 인력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인력이 줄어든 소규모 지역관서의 치안이 불안해 진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소규모 지역이 치안 수요가 적지만 막상 사건이 발생할 경우 출동시간이 늦어져 적절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2018년 전국 30여개 경찰서에서 시범운영했던 탄력유연파출소제도에서도 같은 문제를 야기한 바 있다. 탄력유연파출소 제도는 야간 치안 수요가 덜한 농어촌 지역에서 경찰력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주간에는 파출소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비교적 치안 수요가 적은 야간에는 여러 파출소를 통합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탄력유연파출소제도를 운영하던 전북 고창지역에선 2022년 11월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아버지와 말다툼을 벌이던 아들 A씨는 화를 참지 못하고 물건을 던져 아버지에게 큰 부상을 입혔다. 이에 어머니가 인근 파출소로 갔지만 해당 파출소는 '유연파출소'로 운영되는 탓에 근무자가 없어 문이 잠겨 있었다. 결국 아버지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끝내 숨졌다.

중심지역관서제는 탄력유연파출소제와 운영 방식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치안 불안을 야기한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중심지역관서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주민들의 불안이 오히려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 경찰관은 "출근 횟수가 줄고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면 단위 파출소는 치안 수요가 적은 것이지, 치안 수요가 없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소규모 지역 관서에도 인력과 순찰차를 배치하고 불도 켜놓고 있다"며 "주민들이 불안하지 않도록 순찰을 강화할 것이고 각종 대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불안감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경찰이 공공의 안녕을 위한 것이 아닌 보여주기식 정책 마련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구의 많고 적음을 따져 사건 사고가 없는 곳에는 경찰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경우"라며 "결국 큰 사건이 터지면 원상태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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