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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매번 반복되는 ‘매도 리포트’ 논란…매도 할당제 고려해야

[취재후일담] 매번 반복되는 ‘매도 리포트’ 논란…매도 할당제 고려해야

기사승인 2024. 07. 0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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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의견만 내놓는 리포트'는 증권업계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힙니다. 언론사들이 이 문제를 매년 지적해왔지만, 올해도 역시나 달라진게 없습니다. 실제 지난달 20일 기준 투자의견을 매도로 제시한 보고서는 단 2건(0.02%)에 불과했다고 하죠. 국내 증권사 30곳 가운데 28곳은 매도로 제시한 보고서가 단 한 건도 없었습니다. 같은 기간 외국계 지점이 10%나 되는 매도 리포트를 쏟아낸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납니다. 개미 투자자들이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으라'라는 말을 마치 격언처럼 받아들이는 이유도 어쩌면 당연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오랜 관행의 문제점을 증권사들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정확히 10년 전 증권사들도 고객 신뢰를 내걸고 소위 '매도 리포트 혁명'을 시도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몇 중소 증권사들이 변화에 동참하기도 했죠. 당시 금융투자협회 황영기 회장도 "과감히 매도 리포트를 내라"는 일침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변화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증권업계도 할말은 많은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증권사들의 비즈니스 구조를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증권사들은 자사 애널리스트가 쓴 보고서를 가지고 국내외 기관 투자자 등에게 영업을 하죠. 애널리스트들이 기업평가를 낮게 주면 증권사의 수익이 떨어지는 기업 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분석 대상이 되는 기업 대부분이 자사 고객이라는 점도 있죠. 기업금융(IB), 신용공여, 기업공개(IPO) 등의 업무를 하는 증권사로선 주 고객인 기업 평가(실적)를 부정적으로 할 수 없습니다.

애널리스트의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은 점도 현실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애널리스트가 소속되어 있는 리서치부서는 주 업무인 기업분석 외에 법인영업본부의 영업을 지원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죠. 법인영업본부의 실적은 애널리스트에 대한 성과 평가로도 이어집니다. 즉, 고객이자 평가 대상인 기업에 대해 애너리스트가 소신있게 매도 의견을 내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고 봐야 하는 셈이죠.

증권계는 '의무 매도 할당제' 도입을 얘기합니다. 매도 의견 리포트를 내야 하는 최저 비율을 정해 이를 증권사에게 할당하자는 겁니다. 그럼 애널리스트의 부담도 덜고 종목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 더 올라간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제도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해선 업계와 관련 기관들의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보고서를 유료화하는 것도 방법일순 있습니다. 보고서를 유료화해서 증권사에 일정 수익이 보장된다면, 매도 의견으로 줄어드는 수익을 대체할 수입원이 생기게 되니 이전보다 매도 의견을 내기가 덜 불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등 정보 제공 경로가 점점 늘면서 증권사 보고서 파워가 예전만 못한 것도 사실인데요. 리포트 신뢰를 향상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도 고민해봄직 합니다. 의무 매도 할당제, 리포트 유료화 등의 방안이 증권계의 오랜 관행을 고칠 최적의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될 과제임은 분명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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