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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문화 상품의 타 문화 감수성의 문제

[이효성 칼럼] 문화 상품의 타 문화 감수성의 문제

기사승인 2023. 07.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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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상품은 흔히 상품 거래 당사자가 아닌 이들에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어떤 효과를 발생시키는데 경제학에서는 이를 외부 효과라고 말한다. 문화 상품도 그 상품이 소비되는 동안 사회에 특정한 가치, 생각, 이념을 생산하고 전파하여 외부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로 인해 문화 상품은 교육적, 사회적,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사회 제세력의 감시와 비판과 논란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한국의 문화 상품이 그런 대상이 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JTBC의 인기 드라마 《킹 더 랜드》(2023년 6월 17일~)가 7월 8일과 9일 방송분에서 아랍 왕자를 술을 좋아하는 바람둥이로 묘사한 내용으로 아랍인들과 무슬림들의 비난을 샀다. 이런 사태로 제작사는 "타 문화에 대한 이해와 경험, 배려가 많이 부족했음을 통감한다"고 사과하고 논란이 된 장면은 편집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2021년 5월 31일~8월 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수리남》(2022년 9월 9일),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2022년9월 3일~10월 9일), tvN의 예능 프로 《장사천재 백사장》(2023년 4월 2일~6월 25일) 등도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SBS 드라마 《조선 구마사》(2021년 3월 22~23일)가 조선의 역사와 문화 왜곡 논란 끝에 2회 만에 중단되었고, JTBC의 드라마 《설강화》(2021년12월 18일~2022년 1월 30일)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논란들은 예술과 작품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해치는 부당한 간섭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표현의 자유'는 한국과 같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한 서방의 기준으로 다른 정치 체제와 문화에는 적용되지 않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들 체제와 문화에서는 '표현의 자유'라는 개념 자체가 없거나 설령 있다 해도 그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관용하지도 않는 금기의 영역이 많다는 현실을 의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산주의 사상을 비롯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적지 않은 금기의 영역이 있다.

한국인들은 다행히 종교에 매우 자유롭고 관용적이다. 우리는 국교도 종교 분쟁도 없고, 종교가 없는 이들이 다수일 뿐만 아니라 종교를 가진 이들도 대체로 그 종교의 교리 등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가족의 구성원들의 종교가 다른 경우도 흔하고, 종교가 다른 이들이 결혼하면 한쪽이 다른 쪽의 종교를 따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래서 우리의 종교적 풍토에서 다른 나라나 사회의 종교를 바라보면 안 된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국교가 있거나 사회 구성원 전체가 같은 종교를 믿고, 그래서 그들의 언행은 교리에 크게 구애되고, 그들에게 개종은 거의 불가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의 문화적 감수성, 특히 종교적 감수성은 비교적 둔할 수도 있다. 한국의 드라마를 비롯한 K-콘텐츠의 세계화에 따라 콘텐츠 제작자들이 다른 나라나 사회의 역사, 문화, 종교 등에 주도면밀하지 않으면 그 내용이 그들의 역사적 사실, 문화적 관습, 종교적 가르침, 도덕적 가치관 등에 거슬리는 것이 되어 뜻하지 않은 논란을 일으키거나 비난과 항의를 받는 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와 다른 나라와 사회의 문화나 종교나 가치관을 다룰 때는 더욱더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한다. 그래야 K-콘텐츠가 더욱더 세계적인 수용력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K-콘텐츠는 한국에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OTT)에 의해 인터넷망을 타고 즉각 전 세계에 유포되고 소비된다. 따라서 K-콘텐츠의 문화 감수성을 세계적 차원으로 높여야 한다. K-콘텐츠의 유통 범위가 넓고 그 영향력이 클수록 문화 감수성이 부족하여 특정 문화나 종교에 반감을 줄 수 있는 부분을 걸러내는 전문적인 필터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문화 산업계나 콘텐츠진흥원은 제작자뿐만 아니라 외교관, 지역 연구가 등을 포함한 필터링 전문 기구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한편 작가나 제작자들에게 타 문화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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