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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 상대

[이효성 칼럼]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 상대

기사승인 2023. 09. 17.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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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주필
콘텐츠 산업도 산업인 이상 시장에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 콘텐츠는 한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을 넘어 전 세계에서 수용되고 있다. 따라서 그 경쟁 대상도 국내와 아시아 콘텐츠 생산업체를 넘어 국제적 콘텐츠 생산업체로 확대되었다. 오늘날 국제적 콘텐츠 산업은 대체로 미국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그 밖에 부분적으로 영국(드라마, 영화), 스페인(드라마), 일본(애니메이션)도 거명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 콘텐츠는 이들을 포함하여 누구보다 미국의 콘텐츠 업체들과 경쟁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미국 지배의 콘텐츠 시장에서 갑자기 한국의 콘텐츠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특히 《오징어 게임》(2021년 9월 17일)이 미증유의 세계적 대박을 터뜨렸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로도 계속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품들이 속속 생산되자 미국 콘텐츠 업계가 긴장하고 경계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쩌다 일어난 우연이거나 코로나 팬데믹의 창궐에 따른 상황 탓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또는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계를 비롯한 비주류 이용자들이 주로 보는 작품으로 폄하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계속해서 인기 높은 작품들이 생산되고 주류, 비주류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수용되면 우연이나 상황 탓이 아니라 콘텐츠의 질에 따른 것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실 한국 콘텐츠는 미국 콘텐츠의 대안이다. 미국 콘텐츠는 대체로 어마어마한 물량을 들인 재미 위주의 비현실적 액션물과 공상과학물로 콘텐츠 업계를 지배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콘텐츠들에 식상해진 많은 수용자들이 대안적인 콘텐츠를 갈구하게 되었다. 그런 이들에게 한국 콘텐츠는 사회비평을 겸한 현실적인 내용과 알뜰한 제작으로 많은 이들의 요구에 부응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콘텐츠 업계가 이런 현실을 제대로 인식했다면 사회비평을 겸한 대안적인 작품을 만들어 한국 콘텐츠를 능가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콘텐츠 제작 환경이나 구조에서는 이런 시도는 하기 쉽지 않다. 우선 미국의 제작진이 자신들이 세계 최고라는 의식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사회비평에 익숙하지 않고, 개런티와 인건비가 높아 알뜰한 제작 자체가 어렵고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관행과 관성이 작용하여 그런 대안적인 작품을 만들려는 생각이나 시도 자체를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구조와 관행은 일종의 기득권이기에 더욱 바꾸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 업계가 작품으로 대응한다면 그것은 정당한 경쟁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우리 콘텐츠의 유통을 막거나 방해하는 부당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유튜브 채널 '정치클라쓰TV'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콘텐츠 유통업체인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가 불합리한 방영 행태와 홍보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아시아권으로 한정시키고 한국 콘텐츠에 불리한 콘텐츠 평가방법과 추천 알고리즘을 도입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한다. 한국 콘텐츠에 불리한 이런 부당한 방식은 영미권 제작사의 압력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나 그보다는 거액을 투자한 자국 작품들의 수입을 늘리기 위한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의 꼼수일 수도 있다.

미국 콘텐츠 업계의 자세나 방침이 무엇이든 우리는 더 좋은 콘텐츠로 답해야 한다. 더 창의적이고 더 혁신적이고 더 재미있고 그러면서도 사회비평을 담고 있어 더 유익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말할 것도 없이, 매우 중요한 경쟁력 요소의 하나인 알뜰한 제작도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명 출연자의 출연료가 지나치게 높아 전체 제작비를 끌어올리지 않도록 조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하루빨리 국제적 배포망을 구축할 수 있는 우리 토종 콘텐츠 배포업체(OTT)를 탄생시켜야 한다. 아니면 기존의 업체들을 통합하여 세계적 배포망을 구축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 또한 콘텐츠의 인기도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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