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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하여

[이효성 칼럼] 한국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하여

기사승인 2023. 10. 2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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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논설고문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하고, 산업을 고도화함으로써 중진국을 넘어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이와 함께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의 세계화에도 성공했다. 2차 대전 이후 발전도상국이 산업화, 민주화, 문화산업에서 이런 정도의 위업을 달성한 경우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그래서 세계에서 한국에 대해 찬사가 쏟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그러나 이는 양적, 형식적 차원에서일 뿐이다. 우리는 질적, 내용적 차원에서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것은 아직은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 과제를 잘 해결하고 한 단계 더 높은 발전을 이루어야 명실상부한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정치와 제도 차원의 과제를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 사회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서 최우선 과제는 정치의 선진화다. 많은 나라들이 중진국에 머무르거나 아니면 퇴행하고, 광대한 영토와 많은 자원을 지닌 상당수의 나라들이 중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까닭은 대체로 그들 나라의 정치적 후진성 때문이다. 정치가 독재나 부정부패로 얼룩지고, 포용과 협치로 국민을 통합하는 대신 이념과 배제로 분열시키고, 정책과 비전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는 대신 비난과 낙인으로 이전투구를 하기 때문이다. 정치가 공익을 위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투쟁의 장이 되어버린다. 우리의 정치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선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과제는 정치권력의 분산과 견제를 위한 제도와 운영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존중하고 국가 각 부문의 거버넌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이 바뀌면 새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를 명시한 '퍼플 북'에 따라 인사를 행한다. 그 외에는 전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자리라도 철저하게 임기를 보장한다. 그래야 각 공공 기관의 자율성이 보장되고 그 기관의 설립 목적에 맞는 기관 운영이 가능해진다. 우리도 '퍼플 북'을 만들어 새 대통령의 인사 범위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모든 공직자, 특히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부정과 부패 그리고 탈법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단죄해야 한다. 우리의 공직 사회 부정부패가 극심한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와 함께 보다 근원적으로 공직자의 이해충돌과 권력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을 보다 더 구체적으로 제정하고 그 해당자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처나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위공직수사처의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해서 고위공직자의 비리 혐의가 엄격히 수사되고 처벌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의 수사권이나 기소권이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권부와 정당은 제4부로 불리는 언론의 존재 이유와 정치적 역할을 이해하고 그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어떤 정치권력이든 우호적인 언론을 원하나 우호적인 언론은 정치 현실을 오도하거나 오판하게 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권력이 민심을 따라야 한다면 언론이 자유로워야 민심의 여하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고 따라서 권력도 민심에 적절히 반응하여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까지도 정권이 바뀌면 주요 언론의 수장부터 바꾸려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권력 자신에게는 매우 불리한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가 명실상부한 선진 사회가 되려면 그 밖에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다. 그러나 진정한 선진화를 위해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위에 지적한 정치와 제도 그리고 정치권력의 태도다. 이것들이 사회 변화와 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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