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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어의 세계화

[이효성 칼럼] 한국어의 세계화

기사승인 2023. 11. 1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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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논설고문
요즘 우리 텔레비전에서 한국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외국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오늘날 한글을 이해하고 간단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젊은 외국인들은 부지기수다. 그만큼 한국어가 세계화한 것이다. 한국어는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평가된다. 미국 국무부 산하 외국어 연수원에서 한국어는 난이도 4로 아랍어, 중국어, 일본어 등과 함께 가장 배우기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그럼에도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삼성, 엘지, 현대와 같은 대기업들에 취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가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의 세계적 확산에 따른 영향으로 K팝의 한국어 가사나 한국 드라마, 영화 등 K콘텐츠를 원어로 제대로 그리고 풍부하게 느끼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는 열풍이 불게 되었다. K팝 팬들은 소위 K팝의 한국어 가사를 로마자로 표기하는 '아민정음(아미+훈민정음)' 또는 '돌민정음(아이돌+훈민정음)'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각국의 주민들에게 한국어와 한글을 가르치는 한국 문화를 보급하는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세종학당이다. 세종학당은 2007년 기준 3개국 13개소에서 2023년 기준 85개국 248개소로 20배 가까이 늘었다. 세종학당은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한국어 학습자와 교원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한국 문화에 관한 통합 정보를 제공한다. 수강생은 2007년 740명에서 2021년 8만1476명으로 110배 증가했다. 세종학당과 그 한국어 강의에 대한 수요는 지금도 계속 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한국의 국력 신장, 한국 산업 제품의 유명 브랜드화, 한류의 확산 등에 의해 외국의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한국어 및 한국학 강의, 더 나아가 대학의 한국(어)학과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 현대 언어학 대학평의회 대표 엠마 케일리에 따르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전 세계 대학 수는 1991년 151곳에서 2022년 기준 1400곳 이상으로 거의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세계의 모든 한글학교 수는 거의 2000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 외에도 웹사이트나 유튜브를 이용하여 한국어와 한글을 학습하는 외국인이 많이 증가하였다. 그 누적 시청 수는 수십억 뷰에 달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한국어' 검색 총량이 3배 증가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인터넷 교육 앱 듀오링고에 따르면, 한국어는 2021년 세계 7번째 인기 외국어이며 학습자가 브라질, 프랑스, 독일, 인도 및 멕시코에서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 한국어는 일본어나 중국어를 제치고 가장 많은 이들이 배우는 외국어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 현대 언어 협회에 따르면, 미국 대학의 외국어 수강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6년에서 2021년 사이에 영어 이외의 언어를 공부하는 학생은 평균 16.6%가 줄었으며 15개 주요 외국어 가운데 12개 언어의 수강생이 급락했으나 한국은 38.3%나 대폭 증가하여 전체 순위 10위에 올랐다.

2021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는 전 세계 75개국에서 33만명에 달했다. 한국으로의 어학연수나 유학도 크게 늘고 있다. 외국 팝가수들이 노래 가사에 한국어를 사용하거나 한국어 자막을 쓰기 시작했다. 동남아 민주화 시위를 비롯하여 외국의 시위 현장에 한글 피켓이나 플래카드가 등장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러자 2021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한류', '한복', '반찬', '대박' 등의 한국어와 '파이팅', '스킨십'과 같은 한국식 영어 등 26개의 한국어 단어를 한꺼번에 영어로 올렸다.

이처럼 한국어의 세계화는 중국어, 일본어, 심지어는 독일어조차도 뛰어넘은 셈이다. 그래서 독일 언론은 독일어가 못한 것을 한국어가 하고 있다고 찬탄했다. 외국의 언어와 그 문자를 배운다는 것은 그 문화의 영향이 크고 지속적일 것임을 뜻한다. 전 세계에 한국어와 한글의 학습자들이 대폭 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지속적일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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