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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정치적 안정과 언론 및 표현의 자유

[이효성 칼럼] 정치적 안정과 언론 및 표현의 자유

기사승인 2023. 11. 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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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논설고문
나라의 발전은 경제 수치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나라의 발전은 정치적 민주화와 그를 뒷받침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보장이 매우 중요한 지표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산업화에 의한 경제 발전과 민주화에 의한 정치 발전에서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정치 발전은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전제한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국가의 안정과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다. 역사는 이를 증거한다.

중국은 왕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누렸다. 특히 중국을 최초로 통일하고 스스로 자신을 황제로 칭한 진시황부터 중국 최고 권력자의 권력은 절대적이었다. 그럼에도 역설적이게도 중국을 지배했던 왕조는 오래가지 못하고 단명했다. 온전히 300년을 넘긴 왕조는 하나도 없고, 200년을 넘긴 왕조도 별로 없다. 중국의 나라들이 이렇게 오래가지 못한 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으나 그 가운데 중요한 한 이유는 강한 왕권에 의한 언행의 가혹한 처벌이나 언로의 차단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왕들은 자신의 뜻에 거스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는 자들을 처형하거나 가혹한 형벌을 가했다.

대표적인 예가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의 궁형(거세의 형)이다. 사마천은 후한의 국가 기록의 책임자인 태사령으로서 태사공서를 집필하던 중, 보병 5천으로 흉노군 8만에 맞서 분전했으나 포위당해 항복한 이릉 장군을 변호했는데 이로 인해 무제의 노여움을 샀다. 이릉에 대한 사마천의 변호는, 패전의 책임이 대장군이었던 이광리에게 있다는 것이 되고, 그의 누이를 애첩으로 거느리고 있던 무제 자신을 비판한 것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무제는 사마천에게 사형을 선고했는데 사마천은 규정상 궁형을 선택할 수도 있어서, "천하의 역사를 기록하라"는 선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수치를 감수하고 사형 대신 궁형을 택했다.

이렇게 사람들의 생사여탈을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중국의 왕들에게 누가 감히 왕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그런 왕의 권력 앞에서 왕의 귀에 거슬릴 수 있는 말이면 그것이 아무리 충언이라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왕은 자신의 언행을 칭찬하고 자신의 허영심에 아부하는 자들에게 둘러싸이게 되어 점점 민심과 진실에서 멀어지게 된다. 그 결과 아무리 큰 권력을 가졌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그 왕조가 오래가지 못하고 쉽게 무너지고 만다.

이에 반해 왕권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문약하기조차 했던 조선 왕조는 무려 518년을 지속했다. 이는 세계사에서도 그 유례가 드물게 긴 왕조의 경우에 속한다. 그렇다면 그런 조선이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왕권이 여러 제도에 의해 많은 제약을 받았고 따라서 왕권이 강력하지도 못했고 자의적으로 행사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왕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막는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언론 3사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들 3사는 각각의 고유 임무가 있었으나 언론 3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왕의 언행에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바로잡는 간쟁의 역할을 함께 수행했다.

언론 3사는 그 역할에서 어느 정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로 조선조 내내 그 기능을 비교적 충실히 수행하며 왕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견제했다. 그 때문에 조선 왕조가 문약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큰 불안도 비교적 적었고, 큰 외침을 당한 경우에는 백성들이 합심하여 싸웠다.

오늘날 서구의 선진국들에서는 언론이 자유롭고 표현의 자유가 존중받는다. 한국도 일제의 식민 수탈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극복하고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산업화와 함께 민주화도 달성했다. 한국은 대만, 일본을 제치고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구가하는 나라가 되었다. 그 덕으로 한류로 불리는 K-문화의 세계화도 이루어가고 있다. 나라의 발전과 정치의 안정을 위해서도 그리고 더 강력한 한류를 위해서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더욱더 확고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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