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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권력과 메신저의 문제

[이효성 칼럼] 권력과 메신저의 문제

기사승인 2023. 12. 1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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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아시아투데이 논설고문
영어에는 "메신저를 쏘지 말라!(Don't shoot the messenger!)"라는 관용구가 있다. 이는 나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뉴스를 단순히 전하는 이는 그 뉴스에 책임이 없기에 그에게 화를 내거나 처벌하거나 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대체로 나쁜 뉴스를 전하는 이에게 화를 내거나 그를 싫어하게 된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사회적으로 큰 해는 없다. 그저 그 사람의 인간성의 한 단면 또는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문제는 권력자에게 나쁜 뉴스가 전해질 때 그가 뉴스에 반응하지 않고 그 뉴스에 아무 책임이 없는 뉴스 전달자에게 반응하는 경우다. 권력자는 힘을 가지고 있기에 나쁜 뉴스를 전하는 이에게 화를 내거나 싫어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그를 처벌하거나, 심지어는 처형하기도 한다. 실제로 고대나 중세에는 나쁜 뉴스의 메신저를 처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그 나쁜 뉴스에 대한 올바른 대처는 어렵게 된다. 그 뉴스에 대해 말하는 것이 금기시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적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일들이 쌓이게 되어 사회적 적폐가 늘어나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구성원들의 몫이 된다.

부패한 유기체에 쉬파리가 들끓듯, 부패한 권력자 주변에는 아첨꾼들이 들끓는다. 권력자는 힘과 돈과 자리로 베풀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그것을 노리고 아첨꾼들이 권력자를 둘러싸고 그가 줄 수 있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아첨을 일삼는다. 아첨꾼들은 권력자의 힘과 돈으로 살아가는 자들이다. 그런 아첨꾼들은 권력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권력자를 위대한 인물로 칭송하고 그의 비위에 맞는 말만 하기에 권력자는 그들을 좋아하게 된다. 그 때문에 권력자는 더욱더 아첨꾼들에게 둘러싸이게 된다.

반대로 권력자는 직언(直言)자나 고언(苦言)자를 싫어한다. 부패한 권력자는 더욱더 그러하다. 직언자들은 나쁜 뉴스를 가져와서 권력자의 기분을 망치거나 걱정거리를 제공하고, 하고 싶은 것을 못 하게 하거나 하기 싫은 것을 하게 한다. 그러니 직언자를 기피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서 입에 쓴 약도 먹어야 하듯, 권력자가 권력과 자리를 지키려면 듣기 싫어도 나쁜 뉴스도 듣고 그 뉴스에 올바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나쁜 일들이 쌓여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기고, 그로 인해 민심을 잃고, 결국 권력도 잃게 된다.

러시아 대문호 고골의 《죽은 영혼들》이라는 소설에는 한 영주가 집사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너는 어째서 영지의 더 나쁜 소식들만 계속 전하느냐? 나는 너 없이도 그것들을 안다. 너는 다른 것을 얘기할 수 없느냐? 너는 나에게 사태가 어떤지를 잊게 하고, 그것에 대해 내가 모르게 하면, 나는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영주는 일시적으로 행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영지는 망하게 되고 영지 내의 모든 주민들도 고통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권력자는 메시지와 메신저를 혼동하는 일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메시지와 메신저를 구별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쁜 메시지를 전하는 메신저는 나쁜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권력자가 이를 혼동하면 곤란하다. 권력자는 메신저가 아니라 메시지에 반응해야 한다. 나쁜 뉴스를 전하는 이야말로 감사해야 할 사람이다. 문제의 상황에 미리 대처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아첨꾼은 권력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에게는 좋은 소식만을 전한다. 그러니 나쁜 뉴스 전달자에게 감사해야 한다.

권력자도 인간이기에 아첨에 끌리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권력자의 언행이 인지상정에 갇히면 문제가 된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와 삶에 영향을 미치기에 듣고 싶은 것만 듣거나 하고 싶은 것만 해서는 안 된다. 권력자는 듣기 싫은 것도 들어야 하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자의 지위에 오르지 말아야 한다. 권력자는 아첨보다는 고언을 들어야 하고, 자기 말을 하기보다는 남의 말을 들어야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만나기 싫은 사람을 더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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