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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성비위 정치인

[아투 유머펀치] 성비위 정치인

기사승인 2022. 05. 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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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객원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화사한 봄날, 이름 있는 선비 몇몇이 기생들과 함께 모처럼 야외에 나가 시회(詩會)를 열었다. 한두 잔씩 오간 술이 거나해지자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소리가 무엇이냐’는 화두를 던졌다. 한 선비가 “저물녘 먼 산자락을 비껴넘는 구름 소리”라고 하자, 또 다른 한 선비는 “만산홍엽(滿山紅葉)에 소슬바람 스치는 소리”라고 답했다.

‘지상 최고의 소리’에 대한 응답은 격조와 낭만을 더해갔다.

한 선비의 “이른 새벽 잠결을 적시는 술 거르는 소리”라는 대답에 탄식을 더하는가 싶더니 “동방화촉(洞房華燭) 애틋한 밤 여인의 옷 벗는 소리”라는 어느 선비의 화답에 모두가 무릎을 쳤다. 풍경은 풍경일 따름이고 소리는 소리일 뿐인 것이다. 성(性)을 소재로 한 농담에도 최소한의 품격이 필요하고 넘지 말아야 할 경계가 있는 것이다. 천박하거나 노골적인 언행은 화(禍)를 부르기 마련이다.

한때 정치권에서의 성비위(性非違)는 보수 정당의 전유물인 듯싶었다. 지난 2015년 당시 새누리당은 또다시 불거진 성추문 사건에 과거의 편력까지 공개되면서 ‘성누리당’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그런데 이른바 진보 정당도 권력을 잡자 결코 예외가 아니었다. 성추문 바통이 민주당 쪽으로 넘어간 것이다.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추문이 그 신호탄이었다.

2020년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비위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모두 여비서를 대상으로 한 권력형 성범죄였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박완주 의원의 성비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더듬어만지당’이란 낯 뜨거운 별명을 또 끌어안게 되었다. 정의당도 예외가 아니다. 진보 진영의 도덕적·윤리적 이중성이 보수 정당 사람들 뺨친다는 것을 확인하고 말았다.

더 가증스러운 일은 그것을 왜곡하고 은폐하거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기는 행태들이다.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요, 여색이 사람을 미혹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혹하는 것이다(酒不醉人 人自醉 色不迷人 人自迷)’. 누구를 탓할 것인가. 정치인의 품격은 국격과 상통한다. 상스러운 저품격 정치인들의 준동이 국격을 더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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