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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리딩금융’ 신한지주, 증권 투자 확대할까

[마켓파워] ‘리딩금융’ 신한지주, 증권 투자 확대할까

기사승인 2023. 04.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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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 자기자본 은행계 중 최하위
KB, 2016년 현대증권 인수로 체급 상승
하나, 공격적 자금 수혈로 '빅 5'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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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증권사가 아닌 은행에 하면 훨씬 더 안정적으로 이득을 많이 낼텐데, 굳이 (자본금 확충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네요."

수년 전 증권업계가 투자은행(IB) 영업과 해외 사업 등 투자를 늘리며 수조원 규모의 자본금을 확충하던 시절, 한동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이 같은 신념으로 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의 투자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이후에도 이 같은 경영방침은 지속되면서 결국 현재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 중 자기자본이 가장 낮은 증권사로 전락한 계기가 됐다.

신한금융지주의 '증권 홀대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리딩뱅크라는 콧대 높은 신한은행과 달리 신한투자증권은 이름값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의 설립 주주이자 실질 최대주주인 재일교포들(간친회)의 영향력 아래 놓인 지주 회장들이 그간 경쟁사 대비 비은행 계열사인 증권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서다. 은행(예금 등) 중심의 일본 가계 특성을 고려할 때 지주 회장의 안정지향적인 경영이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뒤따른다.

더구나 올해 '일본통'인 진옥동 회장이 새 수장에 오르면서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작년 말 기준 신한투자증권의 체급(자기자본)과 수익성(사옥 매각 이익 제외)은 리딩금융 경쟁 계열사인 KB·하나증권보다 떨어진다. KB증권은 2016년 'M&A(인수합병) 승부사'인 윤종규 회장의 현대증권 인수로 체급이 단숨에 상승했고, 함영주 회장 체제의 하나증권은 지주의 공격적인 자금 수혈로 '빅 5'에 진입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쟁력 강화는 신한금융의 '리딩금융' 수성을 위한 핵심 승부처로 평가된다. 윤 회장은 KB증권(구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체급을 끌어올려 2017년 처음으로 신한금융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1등 금융그룹'을 목표로 한 함 회장도 증권에 업계 1위를 주문하며 비은행 부문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신한투자증권의 작년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은 5조2382억원으로 집계됐다. 자기자본 2조원 이상 업계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8위이며, 금융지주계 증권사 4개사 중 최하위다.

신한투자증권의 체급 하락은 모회사인 신한지주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해서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이면엔 신한금융의 지주 회장 선임 등 주요 경영 관련 의사결정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불리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재일교포 주주들이 있기 때문이란 게 일각의 시선이다. 은행 중심의 안정지향적인 일본 가계의 금융투자 성향이 일정 부문 반영된 이유에서다. 금융투자협회의 '2022년 주요국 가계 금융자산 비교'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현금·예금(54.2%)이 가계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금융투자 상품 비중은 16.3%로, 한국(25.4%), 미국(58%)에 비해 크게 낮다.

신한금융은 1982년 7월 재일교포 주주들이 100% 출자해 설립한 신한은행에서 시작됐다. 2010년 경영권 분쟁이 발발한 신한사태 이후 설립 주주인 재일교포들이 세력을 키웠고, 여전히 실질 최대주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추정 지분율은 14%로 장부 상 최대주주인 국민연금(7.69%)을 약 2배 웃돈다. 올 3월 주주총회 결과, 신한금융 9명의 사외이사 중 3명이 재일교포 출신이다.

반면 KB증권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공격적인 경영으로 단번에 경쟁사를 제쳤다. 2014년 11월 취임한 윤 회장은 2016년 당시 인수가보다 높은 1조원을 베팅해 당시 업계 5위 현대증권을 품에 안았다. 18위였던 KB증권의 체급은 이듬해 3위로 급등했고 이후 5~6위권을 유지 중이다. 특히 윤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박정림·김성현 '투톱 체제'의 KB증권은 '효자 계열사'로 거듭났다. 작년 KB금융에 대한 배당금 총액만 3000억원에 이른다. 작년 연결 기준 KB증권의 지주 순익 기여도는 4.7%(2063억원)로 전년 대비 줄었지만 하나증권(3.5%, 1260억원)·신한투자증권(1.95%, 사옥 매각 이익 제외 907억원)에 비해 앞선다.

윤 회장의 '통 큰 결단'은 KB금융의 입지도 바꿔놨다. 신한사태 이후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우 회장 체제의 신한금융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줄곧 리딩금융을 수성했지만 2017년 KB금융에 왕좌를 빼앗겼다. 이후 조용병 회장 체제(2017~2022년)의 신한은 2020년, 2021년 연속 KB금융에 패배했다.

하나증권은 지주의 든든한 후원 덕분에 급성장 중이다. 하나금융은 2018년부터 작년 4월까지 5차례에 걸쳐 총 2조7000억원의 자금을 하나증권에 수혈(유상증자)했다. 이로 인해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순위는 2016년 7위에서 작년 5위로 상승했다.

KB와 하나증권이 치고 나가는 사이 신한투자증권은 6위에서 8위로 떨어졌다. 신한금융의 자금 지원(유상증자)은 2016(5000억원)년, 2019년(6600억원) 두 차례뿐이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신한지주의 비은행 강화 스탠스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기조에서 증권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올해도 신한투자증권은 지주의 대규모 지원사격을 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 취임한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재일교포 주주들과 친분이 두터운 '일본통'이기 때문이다. 그는 40여년 은행 경력의 상당 기간을 일본에서 쌓았다. 1986년 신한은행에 입사한 진 회장은 1997년 일본 오사카지점에서 근무하다 2002년 귀국한 뒤 2008년 오사카지점장을 맡았다. 이어 2011년 일본 SH캐피탈 사장, 2014년 신한은행 일본 법인(SBJ)장을 지냈다. 일본 근무기간 동안 '간친회'와 연을 맺었고 회장 선임 배경에도 이들의 지지가 있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 회장이 리딩금융 타이틀을 수성하려면 신한투자증권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장 올 1분기 KB금융이 왕좌 탈환을 예고했다.

현재로선 신한지주 측은 신한투자증권에 대한 유상증자 등 지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필요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 행사와 관련해선 "설립 자본을 댔기 때문에 신한금융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는 건 맞지만 경영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금융환경을 한국금융그룹에 맞춘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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