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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이건희 ‘삼성 반도체’ 20여년만 7조원→123조원 성장 <上>

③ 이건희 ‘삼성 반도체’ 20여년만 7조원→123조원 성장 <上>

기사승인 2020. 04.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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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뉴 삼성’, 왜 강한가]
이 회장의 뚝심 경영과 삼성의 효율성 추구 성과
연 매출 100조원 이상 기업 드물어…최고 연 165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수출 품목 1위 '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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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까지 한반도의 특산품은 ‘인삼’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의 특산품은 단연코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의 45.7%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시장 지배자다. 일반인들은 삼성 브랜드를 스마트폰과 가전으로 먼저 접하지만 삼성전자는 인텔과 매출액 기준으로 1·2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 회사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확산됐을 때 외국 기관투자가의 최대의 관심사는 기흥·평택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라인의 정상 가동 여부였다는 것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2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가 글로벌 수준으로 커진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때부터다. 삼성그룹의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의 도전을 이어 받은 그는 오너경영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사업을 키웠다. 1974년 웨이퍼생산업체인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삼성은 1983년 2월 도쿄에서 반도체사업 진출을 대외적으로 선포했다. 이 때만 해도 반도체 사업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이를 무릅쓰고 사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이건희 회장의 뚝심 덕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자부심이 강한 일본 도시바 기술자들이 삼성전자에서 제일 부러워하는 게 투자와 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구조”라며 “일본 반도체 회사들은 전문 경영인 체제로 결정적인 때 과감한 투자를 못했다. 이걸 제일 아쉬워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첫 사업을 시작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 대량 생산이 가능한 D램을 선택했다. 당장 기술력은 떨어져도 생산력은 따라갈 수 있다고 본 이 회장의 노림수였다. 그 해 5월 삼성은 세계 D램 시장의 주력 제품인 64K D램 개발에 착수했고, 불과 6개월 만인 1983년 12월 삼성은 국내 최초로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일본보다 10년 이상 격차가 났던 반도체 기술은 이때 무려 4년 정도 단축됐다.

이후 이 회장이 1987년 삼성그룹 총수에 오르면서 삼성 반도체는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메모리 강국인 일본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일본에서 반도체 기술을 수입하는 것을 넘어 기술력으로 앞선 것이다. 1994년에는 256M D램, 1996년 1기가비트(Gb) D램을 세계 최초로 연이어 개발하면서 삼성은 일본·미국의 경쟁사를 뛰어넘었다. 반도체 코리아의 서막이 열린 것이다.

후일 이 회장은 반도체 사업 초창기에 고생하던 때를 회상하면서 “일본 경험이 많은 내가 거의 매주 일본으로 가서 반도체 기술자를 만나 그들로부터 조금이라도 도움될 만한 것을 배우려 노력했다”면서 “기술 확보를 위한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기술 확보를 위한 이 회장의 노력은 2000년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보상받기 시작했다. 2002년 DDR2 D램 세계 최초 개발에 이어 2009년 4G DDR3 D램, 2013년 V낸드에 이어지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은 세계 최초 개발 기록을 연달아 세웠다. 반도체인의 신조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하라’는 이때부터 삼성 반도체의 이념으로 정착됐다.

2000년대 SK하이닉스 반도체팀에서 실무자로 삼성전자를 지켜본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 반도체는 다른 업체들과 비교할 수 없는 탁월한 강점을 지녔다고 말한다.

이 연구위원은 “삼성은 각 팀별로 경쟁을 시켜서 한쪽 연구가 실패해도 다른 팀에서 성과를 내면 조직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구조를 짰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을 통한 효율성 극대화를 삼성 반도체의 강점으로 꼽았다. 또한 그는 막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도 삼성의 힘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다른 업체에서 우수 인력이 보일 때 이들을 영입해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다”며 “삼성은 이런 기회를 잘 살려왔다”고 설명했다. 현재 중국 반도체업체 SMIC의 공동 최고경영자(CEO) 량멍쑹도 삼성전자가 TSMC에서 이렇게 영입한 대표적인 인재다.

이 회장이 2014년 심장질환으로 와병 상태에 들어갔지만 그의 노력은 결실을 봤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매출이 첫 공개된 1998년 7조원에서 2019년 123조원으로 17배 이상 성장했다. 2018년 반도체 경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한해 매출은 165조에 달할 정도였다. 민간 제조업체 중 연 매출이 100조원이 넘는 건 세계적으로도 인텔과 토요타 등 3~4개 글로벌 기업 외에는 없다. 이 회장 아래서 삼성전자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또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939억4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17.3%를 차지해 2013년 571억44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7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같은 기간 2위와 3위 수출품인 자동차(430억4000만 달러)와 석유제품(406억5000만 달러)보다 확연히 수출 규모가 크다. 2018년 최대 수출액을 기록할 때는 1267억600만 달러로 전체 수출의 20.9%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가 먹여살리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이제는 삼성 반도체의 성공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면서 “반도체는 이미 사우디의 석유만큼 한국의 전략물자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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