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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이 되어버린 독일의 ‘아날로그 감성’..국가 발전 발목 잡는 원인 전락

독이 되어버린 독일의 ‘아날로그 감성’..국가 발전 발목 잡는 원인 전락

기사승인 2021. 11. 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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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매장
독일은 아직까지 스마트열쇠 대신 자물쇠와 잠금형 열쇠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 어디서든 쉽게 아날로그식 열쇠매장을 찾아볼 수 있다./사진=서주령 하이델베르크 통신원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독일 문화가 경제·사회 발전과 계층간 교육수준 격차 해소를 방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건강,행정,교육 및 업무 분야를 다루는 전략컨설팅회사 BCG는 지난 8일(현지시간) 시사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을 통해 ‘독일인과 디지털 시스템간의 관계’라는 주제로 최근 뒤쳐지고 있는 독일의 경제성장흐름과 적자 문제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핀란드에서는 누구든 손 쉽게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전자 의약품 처방전을 발급받고 제시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에서는 집에서 간편한 인증 과정만 거친 후 전자기기를 통해 대부분의 개인 관공서 업무를 처리한다.

하지만 독일은 아직까지 디지털 시스템과 기기 사용을 꺼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모든 관공서 및 공공기관 서류 뿐 아니라 개인 서류가 여전히 종이로 인쇄된다. 이후 담당자는 자필 서명을 하고 우편으로 처리한다. 긴 업무처리 대기줄과 비싼 비용은 이제 독일 업무 현장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10년 준비과정 끝에 전자 의약품 처방전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다시 불발되고 시행이 연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이 프로젝트는 잠정 중단 후 내년에 다시 시도될 예정이다.

‘아날로그 감성’이라는 단어로 과거를 추억하는 한국 분위기와 달리 독일은 과하게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디지털을 불신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사회·경제·문화에 걸친 발달을 방해하고 격차가 벌어진 공교육을 개선하는 데 방해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BCG의 조사에 의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기준 독일인 중 74%가 디지털화에 반대하며 아날로그 방식을 유지하길 원했다. 공교육기관과 대학은 학업 과정 중 행정처리 및 학업자료를 통틀어 학생들에게 단 12%만 온라인으로 자료를 제공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올라프 레제 BCG대표는 “독일의 디지털화 속도를 늦추는 것은 인프라 및 기술 부족이 아니며 데이터보호 문제도 아니다”며 “가장 큰 문제는 아날로그를 고집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독일인들의 태도”라고 설명했다. 레제 대표는 “디지털화 전략에 대한 초점 자체가 잘못 맞춰져 있다”며 “연방정부가 사회 전반적인 디지털화를 성공하고 싶다면 일단 국민들부터 설득하는게 우선이다”고 했다.

FAZ의 설문 조사 결과 사회 디지털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노인들 뿐만이 아니다. 소득계층간 격차가 연령계층간 격차만큼이나 크다. 월 순 가구 소득이 3000유로(약 408만원) 이상인 사람의 경우 디지털화에 반대하는 비율은 24%에 그쳤지만 월 가구 소득 1500유로(약 204만원) 이하로 상대적 저소득층에 속하는 가정의 경우 50% 이상이 디지털화에 반대하고 있다.

레제 대표는 “디지털 교육 자체에 무심했던 지난날 공교육의 허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라며 “디지털 컨텐츠에 접근하고 인터넷에 대한 지식을 전달받을 기회가 없었던 저소득·저학력 계층 가정의 자녀들이 성인이 된 지금, 디지털화에 대해 무지한 젊은 층의 비중도 상당히 늘어난 상태”라고 풀이했다.

FAZ 사회디지털화 공동연구팀은 “정부가 제공하는 무료디지털 교육 과정은 시립 공원 무료입장권만큼이나 자연스러워 한다”며 지금부터라도 디지털 공교육부터 시작해 의료, 교육, 관공서 온라인 서비스, 재택근무 시스템 안정화 등 궁극적으로는 전체 디지털화 사슬을 강화하고 협력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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