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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공공 돌봄을 되살리는 혁신의 조건

[칼럼] 공공 돌봄을 되살리는 혁신의 조건

기사승인 2023. 11. 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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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숙미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파킨슨병으로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분이에요. 민간기관에서는 수익이 안 난다며 안 받더라고요. 할 수 없이 화장실 한 번 가려고 구급차까지 불렀어요.", "업어드려야만 바깥 외출이 가능한 어르신이 계세요. 민간 요양사들은 하루만 돌봐도 힘들다며 일을 맡으려 하지 않더라고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 소속 돌봄서비스 제공 인력이 들려준 이야기다.

경쟁적인 민간 돌봄시장에서는 위와 같이 고난도 서비스가 필요한 중증 이용자를 거절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왜냐하면 중증 장애인 돌봄의 어려움과 그로 인한 인력 확보 곤란, 서비스 제공기관 운영의 재정문제 등 때문이다. 이렇게 민간시장에서 외면받지만 돌봄이 필요한 시민을 위해 2019년 서사원이 출범했다. 고난도 돌봄을 제공하고 경제적인 논리로 돌봄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과연 서사원은 설립 목적대로 제 역할을 했을까? 서사원이 제공하는 장기요양서비스 중 민간이 맡기 어려워하는 사례는 작년 22.6%에 머물렀다. 나머지는 민간기관이 서비스해도 큰 차이 없는 사례다. 하루 6시간 서비스를 가정해 돌봄 인력에게 고정월급을 지급하지만 실제 직접서비스 시간은 '21년 3.7시간, '22년 4.9시간에 그쳤다. 결국 비용 대비 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23년 예산 100억 삭감과 보건복지부의 '2023년 사회서비스원 경영평가 C'라는 결과를 낳았다.

서사원은 하루빨리 운영의 효율성과 업무성과를 높이기 위한 혁신에 나서야 한다.

첫째, 돌봄서비스 제공인력에 대한 임금체계 개선이다. 고정월급에 안주하지 않고 성실하게 일하는 직원들에 대한 보상을 강화해야 한다. 서사원 돌봄서비스 제공인력들은 대부분 시급제인 민간 방문요양보호사보다 급여가 1.6배 높지만, 일부 직원들은 병가 중 겸직 금지 의무를 위반하거나, 고의로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기도 했다. 서사원은 시민들에게 필요한 돌봄과 적정한 임금 사이의 합리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을 고민해야 한다.

둘째, 서사원에 소비자 중심주의의 운영철학을 다시 심고,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 중심 조직으로 변화하기 위해 근로조건 및 복무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용자들은 주말과 휴일에도 돌봄을 원하지만, 직원들의 기본 근무 시간은 평일 아침 9시부터 오후 6시다. 서사원의 주말과 공휴일 돌봄 제공 비율은 1.56%였다. 이용자 맞춤형 돌봄을 위해서는 24시간 돌봄 제공이 가능하도록 노사 합의를 통한 취업규칙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중증의 고난도 수요자 중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자치구에서 설립한 어린이집과 데이케어센터를 수탁운영해 왔지만, 공공돌봄 강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민간도 잘하는 수탁사업은 이관하고 중증 치매, 와상, 정신질환 등 고난도 돌봄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알코올중독이나 부모의 장애 등으로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 가족돌봄청년들에 대한 서비스 제공도 한 예다.

필자가 파악하기로 이미 지난 9월 이러한 기조로 서사원 혁신계획이 마련되었다. 중요한 것은 서사원 구성원들이 혁신 비전에 공감하고 협력하여 실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서사원에는 4개의 노동조합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용자 맞춤형 돌봄을 실현하기 위해 합리적인 근무조건과 임금체계에 전 직원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 처우개선도 중요하지만 운영을 위한 거시적 안목을 함께 공유하고 협력해야 한다. 이번에 어렵게 마련한 혁신계획이 제대로 성과를 내어야만 공공돌봄은 되살아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서사원이 지속가능한 공공돌봄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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