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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칼럼] 빚내서 잔치하는 국가가 잘될 수는 없다

[김이석 칼럼] 빚내서 잔치하는 국가가 잘될 수는 없다

기사승인 2023. 11. 0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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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석 논설실장
논설심의실장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정부가 적자를 무릅쓰고 지출을 많이 늘릴수록 경제가 더 빨리 회복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장할 수 있다는 '착각'이 만연하는 것 같다. 야당 대표가 과감한 적자재정을 통해 3% 성장이 가능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벌써 문재인 정부 시절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잊은 것인지 알 수 없다.

이런 착각의 뿌리는 소비를 진작하기만 하면 그런 소비의 증가가 '유효수요'를 늘릴 것이고 유효수요의 증가가 생산을 늘리도록 자극한다는 소위 '케인지언'의 유효수요론에 있다. 이런 생각이 실제로 실험된 것이 소위 문재인 정부 시절의 '소득주도성장론'이었다. 이런 생각에 따라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할수록 더 많은 임금을 받게 된 최저임금 수령자들이 더 많이 소비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소비의 증가가 바로 '유효수요'의 창출인데 이런 유효수요의 창출 덕분에 침체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이런 '소득주도성장론'은 당장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실업 문제에 봉착했다. 문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리자, 편의점을 운영하는 수많은 영세자영업자가 높아진 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직원을 해고하고 직원 대신 가족이 근무하는 일이 벌어졌다. 또 식당에서는 높아진 임금으로 인해 사람에게 음식을 주문하는 대신 '키오스크'를 통해주문하는 것이 일반화되기도 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경제성장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취업하고자 하는 미숙련 노동자 중 다수가 일을 얻지 못하는 결과를 빚었다.

문재인 정부는 또한 경제성장률을 크게 상회하는 재정지출을 계속했다. 그 결과 임기 중 10번이나 추경을 편성한 문 정부는 불과 5년 동안 국가채무를 400조원 넘게 늘려놓았다. 2017년까지 누적된 국가채무가 660조원에 불과했지만, 문 정부의 임기가 끝날 때는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훌쩍 넘어 우리나라는 '국가부채 천조국'이란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일부 언론은 이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세금주도성장'이라고 풍자하기도 했지만, 엄청난 국채 누적의 측면을 담으려면 '적자재정주도성장'쯤으로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세금주도성장론 혹은 '적자재정주도성장론'은 생산자가 아닌 정부가 국민이 생산한 것 가운데 더 많은 부분을 가져가서 이를 여러 명분으로 사용할수록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에 해당한다. 국민을 세금납부자와 세금소비자로 나누면, 정부에 속한 이들은 세금소비자에 속하는데, 세금소비자들이 쓰는 몫이 더 커짐에 따라 세금납부자의 부담이 더 커질수록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는 '세금주도성장론'은 허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자이기도 한 세금납부자들은 그 부담이 커질수록 생산할 유인을 잃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꾸준하게 국채의 발행이 결국 '미래세대를 약탈하는 것'이라면서 국채를 발행하지 않고 거둔 세금 안에서 지출하는 '건전 재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또 최근에는 마포 '타운홀 미팅'에서 적자 재정지출 확대가 물가 상승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말처럼 국채를 발행해서 정부 지출을 늘리고, 그 발행된 국채를 중앙은행이 인수하면, 시중에 그 국채의 가격만큼 돈이 풀리기 때문에 이것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경제 원리에 바탕을 둔 '빚내서 잔치하는 국가가 잘될 수 없다'고 현직 대통령이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정말 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이 얼마나 현실 정책에 반영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윤 대통령과 비슷한 인식을 가진 레이건 미국 대통령도 방위비 지출 증대 필요성 등 여러 이유로 재정지출의 증가를 막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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