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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칼럼] 대통령의 영국 방문이 남긴 외교 과제

[김용호 칼럼] 대통령의 영국 방문이 남긴 외교 과제

기사승인 2023. 11. 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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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장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20~22일 영국 국빈 방문은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발돋움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다. 올해 워싱턴 선언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 윤 대통령의 결단으로 이루어진 한일관계 개선,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 주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었다면, 이번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은 한국이 유럽 및 영연방(英聯邦)과 힘을 합쳐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축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방문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단순한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되고, 우리 외교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이 남긴 외교적 과제를 살펴보자.

첫째, 이번 방문에서 우리들은 영국 왕실과 정부가 한국에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또다시 확인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국제적 책임을 통감하고 이에 걸맞은 외교를 펼쳐야 한다. 윤 대통령 일행에 대한 영국 왕실 및 정부의 극진한 환대를 단순히 의전의 차원에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은 오래전부터 왕실 근위기병대와 황금마차를 동원한 화려한 의전으로 유명하지만, 이를 넘어 찰스 3세 국왕은 환영 만찬사에서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한 구절을 낭송하고, K-pop을 비롯한 한국의 문화 발전에 찬사를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그만큼 한국 문화에 대한 친근감을 보여준 것은 영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문화 강국으로 인식하고 있고 또 우리가 문화외교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낙 영국 총리가 발표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t Accord)'는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할 수 있지만, 양국이 미래를 함께 준비해 나가자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양국이 안보, 경제, 과학기술 등을 포함한 광범위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하고, 또 양국 관계를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이러한 협력이 이번 세기는 물론 다음 세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하였다. 이번 합의서는 다른 합의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에너지, 기후 변화 대응, 개발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청정에너지 개발, 해상 풍력 양해각서 체결, 원전 관련 양해각서 체결, 2050 탄소 중립 달성, 글로벌 녹색성장 연구소 재정 기여 등이 구체적 결실이다. 특히 원전 분야에서 양국이 이달에 체결한 한영 원전 협력 양해각서를 중심으로 핵연료 공급망 강화, 원자력의 무분별한 확산 저지, 대형 원전과 소형 모듈 원자로 공동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영국기업이 이번에 한국의 해상 풍력 개발사업에 1조5000억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신고한 것은 이번 윤 대통령 영국 방문의 구체적인 성과다.

물론 안보와 경제 분야의 합의도 무시할 수 없다. 안보협력의 경우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 신설, 국방 협력 양해각서 추진, 합동 군사훈련 확대,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순찰, 방위산업 공동 수출 양해각서 추진 등이다. 이로써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한미일 외에 영국까지 동참하게 한 것이다. 경제 분야의 경우 기술 파트너십 구축, 공급망 다변화, 신뢰 협력 증진 등이 포함되었다. 특히 첨단과학기술 분야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하고, 디지털 파트너십,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우주 협력 양해각서 등을 체결하기로 했다. 양자 기술, 합성 생물학 분야 협력, 인공지능(AI)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에 합의하였다. 이로써 영국이 한국 기술 동맹의 새로운 파트너가 된 것이다. 이러한 합의의 배경에는 영국이 2016년 유럽연합(EU) 탈퇴 후 침체한 자국의 경제, 금융, 기술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을 발판으로 인도-태평양으로 진출하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이다.

셋째, 이번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영연방 국가와 교류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비록 대영제국은 사라졌지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은 영연방 국가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룰 세팅(rule setting)'의 역할을 주도하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국제기구에서 주요 결의안이나 성명의 초안을 작성하는 소위 '펜 홀더(penholder)' 역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앞으로 한국이 영국을 비롯한 영연방 국가들과 함께 협력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어젠다 세팅이나 21세기에 필요한 국제질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 화상으로 AI 안전성 정상회의를 공동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이번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계기로 우리의 외교적 지평을 인도-태평양을 넘어서 유럽으로 넓혀야 한다. 21세기 국제질서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는 국가 간 또는 지역 내 분쟁이 양국이나 지역을 넘어서 글로벌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 유가에 영향을 줌으로써 세계 각국의 경제를 어렵게 만든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한국 외교의 공간이 한반도, 인도-태평양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 한영이 합의한 공동 훈련 확대, 해양 공동순찰 등이 북한의 도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용이하게 해줌으로써 우리의 안보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은 미국의 핵심 우방이어서 한미동맹을 이중 삼중으로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더구나 영국은 G7의 핵심 회원국이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3자(호주, 영국, 미국) 안보협의체 오커스(AUKUS), 5국 첩보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기 때문에 한미일 협력을 더욱 튼튼하게 해 줄 것이다. 또 이들 국가는 한국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어서 북중러를 포함한 권위주의 진영의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을 물리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김용호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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