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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걸면 합법, 손에 들면 불법…선거법 참 까다롭네

몸에 걸면 합법, 손에 들면 불법…선거법 참 까다롭네

기사승인 2024. 03. 2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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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세' 금지 기간에도 변칙적 활동 여전
까다롭고 복잡한 선거법 개정해야 한다 지적
법조계 "돈 선거는 막되, 입은 틔워 줄 필요"
부산 사하갑 빅매치 이성권·최인호<YONHAP NO-3785>
7일 오후 부산 사하구 하단오일상설시장에서 사하갑 출마한 국민의힘 이성권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최인호가 유세 중 만나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제22대 국회의원을 뽑기 위한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아직 사전 선거운동기간인 만큼 원칙적으로 선거 유세를 할 수 없음에도 정당 대표들은 1표라도 더 모으기 위해 전국을 돌며 지지 활동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전 선거운동 기간 중 여야 가릴 것 없이 가장 골머리를 앓은 규정이 마이크 등 확성기 사용 금지 규정이다. 선거법상 선거 기간 전 마이크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여기에도 허점은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 해석이나 법조계 의견을 종합해보면 선거공약이나 정책방향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나 토크 콘서트, 주민 간담회 등에서 발언하는 것까지 선거 유세로 보지 않는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 간담회 형식을 빌어 마이크 사용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해석에 따라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후보자 개소식 등에서 '실내 마이크'를 사용한 것을 선거 유세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한 위원장이라도 실외에서 마이크를 사용해 특정인의 당선이나 낙선을 주장했다면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마이크 사용과 함께 표지물(피켓) 관련 규정도 후보들이 가장 헷갈려 한 부분이다. 공직선거법 60조에 의하면 예비후보자는 길이 100cm, 너비 100cm 이내의 피켓 형태 표지물을 신체에 부착하거나 고정시키는 형태로 사용해 제한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목걸이 형태로 몸에 걸거나 착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손으로 들거나 몸에 기대어 땅에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근 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어 사전 선거운동을 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예비 후보자에게 허용되는 '선거운동을 위해 어깨띠 또는 예비 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사전선거운동에 관한 예외이므로, 그 허용범위는 가급적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판례 등에 근거해 선관위는 '푸바오' 탈과 복장을 하고 지지를 호소한 경기도 용인시 한 예비후보에 대해 "탈은 괜찮지만 복장은 안 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푸바오 복장이 '100cm, 너비 100cm 이내'라는 법상 규정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면서 복잡한 선거법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선거 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입법 취지는 살리되, 현실에 맞는 규정으로 위반 소지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마이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이유가 과도한 선거 열기로 인한 시민들의 소음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본다"면서도 "입법자의 의도와 달리 상황은 바뀔 수 있기에 만약 선거법 규제 자체가 불합리하고 판단하면, 국회에서 논의를 통해 종합적으로 검토·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교수는 "선거법 규정이 워낙 복잡해 출마자들은 선거 기간에 '교도소 담장을 걷는 기분'으로 다닐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돈으로 하는 선거는 막되, 입은 틔워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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