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인터뷰] 강유정 의원, 영화평론가에서 野대변인으로…“문화계 목소리 듣겠다”

[인터뷰] 강유정 의원, 영화평론가에서 野대변인으로…“문화계 목소리 듣겠다”

기사승인 2024. 06. 23. 14:43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영화평론과 정치논평은 달라"
"표준계약서 확산 지원법 마련"
"영화발전기금 고갈방지법 추진"
"민생 위해 법사위 잡고 있어야"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화예술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서포트할 겁니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자신은 문화예술계를 대표해 국회의원이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그는 방송 스태프 처우 개선을 위한 표준계약서 확산 지원법을 발의하는 등 관련 활동을 본격화했다.

강 의원은 정치에 입문하기 전 문학·영화 평론가로 활동해왔다. 2005년 동아일보(영화평론), 조선일보·경향신문(문학평론) 신춘문예 3관왕을 달성하며 평론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매체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는 영화평론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171석 거대 야당의 원내대변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말을 새로 배우는 것 같다"며 정치인의 언어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했다.

강 의원은 4·10 총선에서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9번으로 당선됐다.

다음은 강유정 의원과의 일문일답.

-영화와 정치 논평의 차이는.

"영화에 대해선 보이는 텍스트 말고 보이지 않는 서브 텍스트로 이야기할 때가 많다. 즉, 맥락을 짚는다. 반면 정치 현안에 대해 논평하거나 대변인으로 말할 때엔 맥락을 겉으로 드러내지만 정말 텍스트라고 할 만한 것들은 밑으로 숨기는 경우가 많다. 영화 평론에선 보이지 않는 걸 말하는 게 중요하다면, 정치 논평에선 텍스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나서 말을 새로 배우는 것 같다. 아직은 핍진성, 개연성 같은 단어들이 더 친숙하다. (정치에서 자주 쓰는) '몽니' 같은 표현들은 좀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경험하다 보니 이런 것들이 주는 연상효과가 명확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1호 법안으로 '나는 솔로 방지법'(TV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 작가들이 재방송료를 받지 못하는 등 문화예술계 불공정 계약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사업자에게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을 담은 법안)을 발의한 이유는.

"영화계에서는 표준계약서가 잘 활용되고 있는데 다른 분야는 왜 그러지 못할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많은 셀럽들이 나서서 계약 내용을 지켜줌으로써 영화계에선 (공정한 계약 관행의) 선순환 구조가 갖춰졌다. '나는 솔로' 사태도 애초에 표준계약서를 썼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분야든 표준계약서 사용 문화가 정착돼야 하는데, 벌칙성 조항이 있으면 점점 음성화하는 경향이 있다.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억지로라도 쓰게끔 하면 좀 더 나은 계약 문화가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해 포지티브 방식을 택했다."

-문화예술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영화발전기금을 존속시키기 위한 법제화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는 당론으로 채택돼 문체위 차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또 하나 스태프 (처우와 관련한) 불공정 문제가 여전히 남이 있다. 환노위, 정무위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있다. 문화예술인 인권 개선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블랙리스트 방지법을 추진하고, 배우 이선균 씨 사망 과정에서 제기된 복잡한 문제들을 살펴볼 생각이다. 20년 가까이 지적돼온 영화관 수직계열화 문제도 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영화관 사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이젠 이를 논하기조차 힘들다. 우리 영화계가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이후 겉보기엔 굉장히 화려하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많은 것이 걱정되는 시기다. 더 늦지 않게 문화예술계 발전을 위한 법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화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 방침에 대응해 '영화발전기금 고갈방지법'(영화관 입장권 부과금을 '입장료의 5%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징수할 수 있다'에서 '3% 내에서 징수해야 한다'로 바꾼 영화비디오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그림자 조세'라고 하면서 부과금을 없애면 영화 푯값이 크게 줄어들 것처럼 얘기하는데 실제론 영화관 입장권 1만5000원을 기준으로 약 450원 정도 줄어든다. 관객들에게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해 그 정도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아마 다들 그러겠다고 답할 것이다. 이 돈이 영화발전기금의 핵심 재원이다. 코로나 사태로 관객이 줄면서 기금이 고갈되고 있는 시점에 부과금마저 없애면 영화계가 어려워진다. 애초 이 돈은 대형 상업영화와는 크게 관계없다. 영화과 졸업생들과 신인감독들, 첫 시나리오를 만들고자 하는 새내기들에겐 이 돈이 절대적이다. 따라서 이를 없앨 게 아니라 상위법에서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영화에 재투자한다는 개념으로 법제화해도 될 만한 공공성 있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아시아투데이 송의주 기자 =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근 우리 사회를 가장 잘 그린 영화와 정치인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영화는.

"'파묘'가 한국 사회를 잘 반영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대개 천만 영화들은 우리 사회의 어떤 면을 보여준다. 우리가 '범죄도시'를 작품성이 뛰어나거나 짜임새가 좋아서라기보다 나쁜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응징하고 싶은 심리에서 보는 게 아닐까. '파묘'가 인기를 얻은 것도 우리 민족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대단한 반일정서는 아니다. 축구든, 농구든 한일전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과 비슷한 심리일 것이다. 한국적 히어로는 '우주의 악' 또는 '슈퍼 빌런'과 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민족 정서 속 적을 상대하고 가정의 오래된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를 의미한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영화 '킹메이커'를 볼 것을 추천한다. 비열하고 기회주의적인 면모를 가졌지만 인간적 나약함까지 갖춘 정치인의 심리를 아주 잘 표현한 영화다. 최근 작품으로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있다. 아우슈비츠 옆에 있는 독일 장교 숙소에 관한 이야기인데 역사적 아픔을 간접 화법으로 다루고 있다. 계급 차이를 그린 영화 '기생충'도 보여줬지만 때로는 간접 화법이 더 강력할 때가 있다. 정치 세계에선 직접 화법이 더 많은 것 같다."

-정치 입문 계기는.

"1년 전쯤 국제도서전에서 작가들이 피켓시위를 하다가 끌려나간 '임틀막' 사건이 있었다. 문화예술계 인사라서 뉴스에 크게 보도되지도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이었는데 총선에 나가는 문화예술계 인사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침 도종환 전 의원마저 경선에서 떨어졌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반드시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

"블랙리스크 방지법이다. 사실 예술인권리보장법이 블랙리스트 방지법으로 만들어진 건데, 들여다봤더니 마치 프랑스 인권선언문 같았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였다. 거의 제정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한 작업이 될 텐데 반드시 법안의 골자는 잡아 놓고 임기를 끝내겠다는 각오다."

-원(院) 구성을 둘러싼 여야 갈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문체위에서 만든 좋은 법들도 법사위를 못가고 장시간 계류되는 게 많다. 법사위를 여는 순간 정치적인 법이 넘어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선량한 법이 희생되는 것이다. 민생을 위해 법사위를 잡고 있어야 한다는 게 민주당 생각이다. 운영위도 여당은 대통령실을 보호하기 위해 뺏기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권익위가 종결 처분을 내리는 상황에서 그냥 넘어갈 순 없지 않나. 포항 석유 개발도 결론적으로 발표를 한 건 대통령이니까 이것도 물어봐야 된다. 민주당에서 운영위원장을 맡아야 하는 이유다."

-국회의원 강유정으로서 목표로 삼는 것은.

"나는 문화예술계를 대표해 국회의원이 됐다. 이 분야 다양한 채널을 열어두고 문화예술인들이 제안을 하면 이를 정치적 행위로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 과거 문화운동이 활발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집단지성으로서의 문화예술계의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정치적 효능감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고 싶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