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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성 칼럼] 한국 제조업의 국제적 위상

[이효성 칼럼] 한국 제조업의 국제적 위상

기사승인 2023. 07. 2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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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주필
최근의 한 국제 자료에 의하면, 세계의 제조업 상위 5개 국가는 국제 제조업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의 순서대로, 중국(28%), 미국(18%), 일본(10%), 독일(7%), 한국(4%)이다. 국토 면적이 10만㎢도 채 되지 않고 인구도 5000만을 조금 넘는 나라의 역량으로 이 정도의 생산량과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대단하다. 그러나 생산의 양이 아니라 그 질을 따진다면 한국의 위상은 더욱 올라간다. 생산되는 제품의 다양성, 필수성, 기술력, 품질 등의 면에서 비교, 평가하면 한국은 가히 세계 일류의 제조업 국가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우선 생활필수품인 가전제품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각종 선박과 해양 플랜트 건조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원유는 나지 않지만 이를 수입하여 각종 석유 제품으로 정제하는 석유 화학 기술력도 아주 뛰어나다. 포탄, 자주포, 장갑차, 전차, 군함, 잠수함, 전투기 등 각종 무기의 생산 능력, 가성비, 빠른 납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 최고 산업이 될 전기 자동차 분야에서도 전기 모터와 2차 전지, 그 원료와 부품 등에서도 한국 기술은 그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다. 또한 오늘날 거의 모든 제품의 기초인 철강, 금형, 반도체, OLED 등에서도 한국은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함으로써 세계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연 최고다. 그러나 중국은 아직은 기술력이 떨어지기에 조립품으로 저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은 뒤떨어진 기술력을 메우기 위해 연구개발 대신 큰 시장을 내세워 중국에 진출하는 서방 기업들에게 기술을 강제적으로 내놓게 하거나 해킹 등의 방법으로 지적 재산권 절취하고, 중국 업체들만을 대상으로 보조금 정책 등을 써왔다. 이 탓에 서방은 중국을 경계하게 됐고, 중국에 반도체 기술과 장비 등 첨단 기술과 제품의 유출을 철저히 금하고, 중요한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는 조처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고임금과 고비용의 문제로 많은 투자와 오랜 개발이 필요한 제조업이 부적절한 나라다. 초고부가가치 산업인 비행기나 무기나 제품 설계 등에서는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제조업의 경쟁력은 없어, 애플이나 테슬라 제품에서 보듯, 미국 브랜드 제품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제조된다. 그러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요 제품의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자 미국은 안보적 중요성이 큰 반도체 제조업과 차세대 주요 먹거리인 전기 자동차 제조업의 경우 패권과 보조금을 이용해 타국 제조사들을 반강제로 자국에 유치하고 있다.

일본은 과거 지적 재산권이 그리 존중받지 않던 시절 독일 제품의 노골적 모방으로 그리고, 반도체에서 보듯, 미국의 우호적인 기술 이전의 덕으로 제조업의 일류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일본의 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에 의한 플라자 합의의 결과로, 그리고 아날로그 산업에 안주하여 산업의 디지털화에 실패한 나머지, '잃어버린 30년'을 이어오고 있다. 일본은 일부 소부장 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조업에서 한국에게 추월당했다.

독일의 제조업은 아직은 한국이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독일의 제조업 경쟁력은 최근 그 무기의 성능에서 드러났듯, 지나치게 부풀려진 측면도 있다. 더구나 독일의 에너지 산업은 러시아에, 자동차 산업은 중국 시장에 너무 의존하여 호황을 누려왔기에 디커플링과 디리스킹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할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특히 독일이 세계 최고인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게 됨에 따라 2차 전지와 모터 기술에서 준비가 부족한 독일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경영학의 최고 권위자인 피터 드러커는 "어제의 성공 요인이 오늘의 실패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일등의 자리는 지속되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일등의 자리를 지속하려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하는 자세로 무장해서 자승자박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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