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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재판!] 대법 “의료 과실 인정된다면 인과관계 추정해 손해배상 판단 가능”

[오늘, 이 재판!] 대법 “의료 과실 인정된다면 인과관계 추정해 손해배상 판단 가능”

기사승인 2023. 09.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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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성 전신마취 후 저혈압 쇼크로 사망
수술실 비운 병원 의료진 상대 손해배상 제기
法 "과실 인정, 환자측 증명책임 완화할 필요"
"형사사건은 인과관계 추정 법리 적용 안돼"
대법원11
대법원 전경/박성일 기자
의료사고와 관련한 민사소송에서 진료상 과실이 인정된다면 그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환자 측에서 완벽하게 증명할 필요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일반적 상식만으로 의료 과실을 밝혀내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인과관계를 추정해 판단할 필요가 있고, 병원 측에서 진료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함으로써 과실 추정을 번복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수술 중 사망한 70대 남성 A씨 측이 B 병원 마취과 전문의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2월 29일 오른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넘어진 후 팔을 올릴 수 없어 B 병원에 입원했다. B 병원 의료진은 MRI 검사 등을 거쳐 '오른쪽 어깨 전층 회전근개파열과 어깨충돌 증후군 소견'으로 진단한 뒤 다음날인 30일 A씨에 대한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당일 B 병원 소속 마취과 전문의 C씨는 A씨를 전신마취한 뒤 간호사 D씨에게 상태를 지켜보도록 지시한 후 수술실에서 나왔다. A씨는 전신마취 후 수 차례 혈압상승제 투여에도 불구하고 저혈압 증상이 반복되다가 결국 사망했다.

이 과정에서 C씨는 D씨의 호출에도 신속히 수술실로 가지 않는 등 업무를 소홀히 했고, 심정지 상태인 A씨를 중환자실로 옮기는 과정에서 심폐소생술과 앰부배깅(수동식 산소 공급)을 시행하지 않는 등으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A씨 측은 B 병원 의료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대법원은 B 병원에 진료상 과실이 명백히 존재하고 해당 과실과 A씨의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추정해 유죄로 판단한 1·2심 재판부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의료행위는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로서 환자 측에서 의료진의 과실을 증명하는 것이 쉽지 않고, 진료상 과실과 환자 측에게 발생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의료진 측에서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라며 "진료상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해 증명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병원 측에서 환자의 사망이 진료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증명하지 않는 이상 그 과실이 환자 측 손해를 발생시킬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다만 대법원은 민사소송과 달리 형사소송에서는 진료상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백히 증명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같은 날 C씨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에서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이 기준으로, 인과관계 추정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C씨가 직접 환자를 관찰하거나 간호사의 호출을 받고 신속히 수술실에 가서 대응했다면 환자가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 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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