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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투 유머펀치] 섹스리스

[아투 유머펀치] 섹스리스

기사승인 2021. 08. 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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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향래 논설위원
아투유머펀치

학덕으로 명망이 높은 어느 교수 집안에 난데없는 파란이 일었다. 그동안 정숙하게 살아온 부인이 그만 바람이 나고 만 것이다. 불륜의 상대도 참으로 뜻밖이었다. 이따금씩 골목길을 지나며 “고물 삽니다. 안 쓰는 냄비나 헌 솥 환영합니다”라고 외치던 고물장수였던 것이다. 머리가 희끗해지도록 오로지 학문과 교육에만 열중해온 교수님은 사무치는 낭패감과 배신감을 감내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부인의 논리 정연한(?) 항변에 교수님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시나브로 지나다니며 안 쓰는 물건을 내놓으라는데 어떻게 계속 모르는 척 할 수가 있어요...” 일말의 책임감이 없지 않았던 교수님은 더욱 자괴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성인 3명 중 1명은 ‘지난 한 해 동안 성관계를 갖지 않았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3배 이상으로 떨어진 수치라고 한다.

이른바 ‘섹스리스(sexless)’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것이다. 부부가 서로 잠자리를 갖지 않는 섹스리스의 확산은 예사로운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젊은층이 60대만큼이나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충격이다. 섹스리스가 노부부만의 얘기가 아니라는 서글픈 현실이 안타깝다. 성관계를 갖지 않은 남성의 절반 이상은 ‘파트너가 없어서’라고 했고, 여성의 절반 이상은 ‘흥미가 없어서’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아름다운 여성과 마음껏 사랑을 나누는 게 소원인 혈기왕성한 남성이 먼 외딴섬에 살게 되었다. 타인이라고는 6명의 미녀밖에 없었으니 지상낙원인 듯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단 하루 쉴 수 있는 일요일이 그리울 따름이었다. 그러던 차에 난파선에서 한 남자가 파도에 밀려왔기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동성연애자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남녀 간 정당한 성적인 결합은 육체적인 관계를 넘어 정서적인 연대를 이루며 가족과 사회를 이루어나가는 근간이다. 그렇잖아도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으로 국가의 소멸위기론까지 대두하는 판국이다. 수많은 젊은 남성들을 얽어매고 있는 상대적 빈곤의 굴레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더불어 나타난 비결혼·비출산 풍조가 물질적 풍요 속 반문명적인 섹스리스의 역설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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