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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범에 속아 타인 계좌로 송금…法 “계좌주가 돈 돌려줘야”

피싱범에 속아 타인 계좌로 송금…法 “계좌주가 돈 돌려줘야”

기사승인 2024. 04. 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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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범이 보낸 돈 카드대금으로 빠져나가
카드사 상대 소송 패소…계좌주 상대 소송
1·2심 "실질적 이득자 아냐" 원고 패소
대법 "채무 면하는 부당이득 얻어" 파기
GettyImages-jv13128338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게티이미지뱅크
피싱범에 속아 모르는 사람 계좌로 송금한 돈이 곧바로 카드대금으로 빠져 나갔다면 피해자는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대법원은 계좌 주인이 이 돈을 돌려줘야 한다고 봤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메신저 피싱 피해자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원소 패소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28일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10월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으로부터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고는 피싱범이 안내한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이를 통해 A씨의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정보를 알아낸 피싱범은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B씨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고, 이 돈은 C 카드회사의 카드대금으로 자동결제됐다.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C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금원이 A씨의 피해금이라는 사실에 대해 카드사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피싱범으로부터 송금을 받은 성명불상자인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B씨가 모르는 사이에 입금된 돈이 카드대금으로 자동결제됐을 뿐이고, 이 돈을 사실상 지배 상태에 놓은 실질적인 이득자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A씨가 돈을 돌려받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B씨는 신용카드대금 납부 목적으로 생성된 가상계좌로 송금된 A씨의 돈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위 채무를 면하는 이익을 얻었으므로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B씨가 이 돈을 사실상 지배했는지는 부당이득 반환의무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A씨는 4차례 재판을 거쳐 2년 반 만에 1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판결을 받아냈으나, B씨의 소재가 불분명해 실제 받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덕화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A씨의 입장에서 100만원은 큰돈"이라며 "재산명시 등을 통해 B씨의 재산이 확인되면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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