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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안부럽다”… 억울한 죽음 밝혀주는 ‘법 곤충 감식’

“CSI 안부럽다”… 억울한 죽음 밝혀주는 ‘법 곤충 감식’

기사승인 2024. 10. 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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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날 특집
시신속 곤충 성장속도 이용해 사망시간 추정
수사현장에서 노인·유아 방임 확대 증거 활용
충남 아산시 경찰수사연수원 법곤충 감정실에서 보건연구사가 검체 분석을 하고 있다. /경찰청
2021년 7월 부산 사상구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여성 A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40대 아들 B씨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평소 고혈압과 척추후만증 등 질환을 겪다가 치매까지 겹쳐 홀로 거동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아들 B씨는 A씨의 병세가 갈수록 악화함에도 제대로 보살피지 않았다. B씨는 A씨가 있는 방을 며칠에 한 번씩만 확인하며 부양 의무를 소홀히 했고, 결국 A씨는 오물과 구더기가 가득한 방에서 전신감염과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고의가 아니라는 B씨 주장을 밝히기 위해 법 곤충 감정을 실시했고, A씨 시신에서 발견된 구더기가 사망 3일 전에 산란됐다는 단서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를 통해 B씨가 병든 A씨를 제대로 간호하지 않고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실을 밝혀냈다.

변사 사건에서 발견된 곤충을 이용해 사망 사건을 추정하는 경찰의 법 곤충 감정이 일선 수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단초로 활용되고 있다.

법 곤충 감정은 2014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변사 사건에 최초로 적용돼 해마다 답보 상태에 빠진 사건들의 '열쇠'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변사자의 보호자가 사망을 인지했다고 진술한 시간과 법 곤충 감정으로 추정된 사후경과시간이 크게 불일치해 변사자에 대한 보호자의 방임 여부를 확인했고, 지난해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노인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채취된 구더기를 분석, 구더기가 노인 사망 전에 산란된 것으로 추정해 병원 측 과실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법 곤충 감정은 곤충 종류별로 온도에 따른 성장 속도가 일정하다는 특성을 활용해 중장기적인 사망시간 추정이 가능한 기법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해외 국가에서 보편적인 수사기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22년 5월 개소한 충남 아산 경찰수사연수원 내 법 곤충 감정실을 중심으로 감정기반 토대를 견고히 하고 있다.

현재 법 곤충 감정실에는 생물학, 법과학, 곤충학 등 관련 분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3명의 연구사가 감정 업무를 수행 중이다. 법 곤충 감정에 사용되는 곤충은 파리 10여 종으로, 경찰은 구더기의 크기 등 형태 분석과 더불어 구더기의 유전자(DNA)를 유전자 증폭기(PCR)로 분석해 변사 사건의 정밀한 단서를 얻고 있다.

법 곤충 감정실은 지난해부터 국제공인시험기관이 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한국인정기구(KOLAS) 인정을 획득하면 국내 법 곤충 감정 증거가 미국, 영국 등 주요 세계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법 곤충 감정기법을 더욱 고도화 해나가는 한편 인력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국제공인시험기관 인정 획득으로 법 곤충 감정실의 국제적 공신력·신뢰성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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